일본 : 오사카
오사카는 서울보다 남쪽에 있으니 어쩌면 삼월 말쯤 꽃이 피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K는 이틀은 쿄토, 나라에 갔다가 오사카성에는 벚꽃을 보러 가자고 했다.
하여 세 번째 날에는 지하철을 갈아타며 오사카성에 갔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팝콘처럼 팡팡 터져있을 줄 알았던 벚꽃은 어디에도 없었다.
경로를 따라 걷다보니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겨우 꽃잎을 벌린 나무가 있을 뿐이었다.
그 사람들도 우리처럼 꽃을 기대하고 온 듯, 왜소하게 피어있는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한참동안 그 곳을 떠나지 못했다.
걷다보니 해가 잘 드는 위치에는 듬성듬성 꽃을 피운 나무들이 더러 보였다.
나 역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꽃 배경으로도 찍고 꽃만 당겨서도 찍고 페이드아웃을 해서 꽃이 많은 것처럼 보이게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 대고 낑낑거렸다.
그러다 문득 그런 내 모습이 웃겼다.
마치 꽃동냥을 하는 것 같았다.
“꽃을 구걸하니 꽃거지가 된 거 같네.”
혼자 말하고 머쓱해서 혼자 키득거렸다.
사실상 꽃이 피기에는 쌀쌀한 날씨였다.
긴팔 상 하의에 롱트렌치코트를 입고도 덥다는 느낌은 없었다.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에 사계절이 다 있기는 했다.
패딩을 입은 사람, 카디건을 걸친사람,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여성도 있었고 의아했던 차림은 패딩에 반바지를 입은 건장한 청년이었다.
걸으면서도 벚나무가 무리지어 양 옆으로 나란히 줄지어 있는 곳을 지날 때는
꽃이 피면 정말 환상이겠다는 생각은 했다.
역시나, 꽃은 작정하고 만나러 갔을 때보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 아침, 노느라 수업을 두 번이나 빼먹은 일본어교실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그러고보니 주말동안 집 밖에 나간 적이 없었으니 사실상 여행에서 돌아와 처음 동네길을 걷게 된 셈이다.
그 사이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침에 나갈 때와 수업 끝나고 돌아올 때가 달랐고 오후에 친구를 만나러 나갈 때는 조금 더 화사해진 것 같더니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어느 덧 한두 잎 흩날리는 꽃잎도 보였다.
천변에 개나리는 가장 진한 노랑으로 이미 절정을 이루고 있었고 문득 떠오른 K의 방 아래 목련 나무에도 꽃이 세상 고고한 모습으로 피어있었다.
오사카성에도 지금쯤은 벚꽃이 한창이겠네 중얼거리다 문득
내가 꽃을 이렇게 좋아했었나? 생각이 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바깥은 지금 꽃이 피느라 아우성인데 나는 엉덩이가 아파 침을 맞으러 가려다 힘이 들어서 그만두었다.
밤 사이 비가 왔으니 오늘부터는 제대로 꽃이 피겠다.
한의원이 있는 동네에는 더욱 무성하게 꽃이 피었을 텐데...
라며 소파에 기대어 졸다 깜빡 잠이 들었다.
목 빼고 기다리든 직접 찾아 떠나든 가야지 하다가 그냥 집에서 낮잠을 자든
꽃은 때가 되면 피었다가 어느 날엔가는 제 풀에 진다.
꽃동냥을 할 일이 아니었다.
오사카성에 핀 벚꽃이나 우리동네 천변에 핀 벚꽃이나 한 순간 화려했다 지기는 마찬가지.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어렵고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그냥 흘러가게 두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