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 오사카
우리가 뭐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질문의 의도를 몰라 잠시 머뭇거렸다.
오사카행 비행기 체크인을 하는 중이었다.
여권 확인을 했고 위탁 수화물에도 별 문제가 없었다.
얼마 안 되는 짧은 여행경험으로 우리 공항직원들처럼 친절하고 신속한 곳은 없는 것 같다.
(아, 물론 그 나라 언어가 서툰 이유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부분이 있을거라는 건 인정)
군에서 제대한 지 얼마 안 됐는지 밤톨머리를 한 직원이 티켓발권을 하려다 상냥한 얼굴로 물었다.
“최근에 수술을 받았거나 앓고 있는 질환이 있으신가요?”
“......?”
이런 걸 왜 묻는 걸까 해서 K와 멀뚱하게 마주보느라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는 K가 뭔가 의도를 알아차린 것처럼 재빠르게
“아, 제가 최근에 손가락이 아파서 물리치료 좀 받았어요.”
라고 했다.
하마터면 나도 엉덩이가 아팠다고 말할 뻔 했는데 상냥한 직원이 먼저 말을 이었다.
“승무원 안내에 따라 비상시 승객을 도울 수 있으신 거죠?”
“예? 아! 그러문요 그러문요 할 수 있죠. 비상구 좌석으로 주실 건가요?”
그렇다며 화사하게 웃는 청년을 K가 금방이라도 끌어 안을 것처럼 반가워했다.
저가항공이라서인지 비상구 좌석이라고 하지만 일반좌석과 크게 차이는 없어보였다.
그래도 앞좌석과의 거리가 조금 넓은 것은 한결 편했다.
“웬일이야? 비상구 좌석이 다 남아있고.”
“좌석을 구입한 사람이 없었나보지. 그나저나 손가락이 아파서 승무원을 도울 수 있겠어? ㅋㅋ”
“비상구자리 주려고 물어보는 줄 누가 알았나?”
아마도 K는 노약자를 위한 혜택을 주려고 그러나 해서 될수록 불편한 몸을 어필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혜택은 혜택인데 아프고 불편해서 주는 게 아니라 건강해서 남을 도울 수 있을 것처럼 보여서 그런 거라니 어쩐지 뿌듯하다.
좌석이 그 것 밖에 남지 않아서 우리 차지가 됐을 수도 있지만 어차피 사실여부는 알바 없으니 여행의 시작부터 어쩐지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조선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고 하나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강아지 안아주다 갈비뼈도 부러졌었고 K는 오랜 당뇨로 가끔 저혈당 쇼크가 올 때도 있다고 말했으면 어쩔뻔 했나.
여행을 하려면 더구나 어쩌다 한 번, 남는 비상구 좌석에라도 앉으려면 일단 건강해야겠다.
고 생각하며 요즘은 틈틈이 스쾃도 하고 에너지도 아낄겸 많이 걸어다닌다.
오늘도 건강하게, 엇둘 엇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