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가성비 좋은 시락국집이 있다고 했다.
K가 혼자 부산에서 생활 할 때 자주 가던 집인데
밥과 국, 반찬 세 가지로 구성된 백반이 천오백 원이었다.
가격도 착하지만 간도 심심하니 맛도 좋았다.
여기 까지만 으로도 훌륭하지만
그 집의 화룡점정은 따뜻한 계란프라이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나는 포장마차에 갔을 때
뚝배기에서 바글바글 끓는 달걀찜을 기본 찬으로 주면 기분이 좋아지고
비슷비슷한 반찬이지만 계란프라이를 주는 식당은
어쩐지 자주 가게 될 것 같은 푸근한 마음이 든다.
K는 아침마다 계란프라이를 한다.
반찬을 꺼내 찬기에 담고 누룽지를 끓이고 계란프라이를 해서 아침 식탁을 차리는데
그 순서가 참 거시기하다.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내야 하므로
차가운 음식 먼저 내고
뜨거워야 맛있는 음식은 될수록 식탁에 내기 직전에 조리해야한다.
그런데 K는 달걀프라이를 제일 먼저 해서 접시에 담아 놓는다.
반찬 담고 누룽지까지 끓어서 식사를 시작할 무렵이면
달걀은 이미 식어서 가장자리가 딱딱해지고 노른자는 굳어 뻣뻣하다.
아침 차려주는 남편도 과분한데 잔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도 왜 일까를 생각하다보니
아빠와 성향이 비슷한 작은 아이의 유치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똑 부러지고 야무진 K2는
항상 유치원 가기 전 날 밤에 가방을 미리 챙겼다.
어느 날엔가는 잘 자리에 아침에 입을 옷까지 미리 입고 있었다.
옷을 왜 지금 입었느냐고 물으니
내일 아침에 유치원에 빨리 가려고 그런다고 했다.
때 아니게 학교(?)에 다니고 있는
요즘 K의 주말은 월요일 수업 준비를 하는 것에 집중되고는 한다.
유니폼을 준비해야하는 날 전 주말에
K가 복장을 갖춰 입고 거울을 보고 있었다.
“내일 입을 거 미리 입고 자려고?”
다음 날 필요한 도구를 준비하느라 매장을 두세 곳이나 돌아다니고도
챙겨 넣은 에코백을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하는 K.
놀려먹고 싶은 마음 한 편, 짠한 느낌이 들었다.
뭐든 미리 준비하는 것이 마음 편한 K는
약속시간도 잘 지키고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빈틈이 없어
어떤 조직에서나 그 능력을 인정받았고 인정을 받는 것을 뿌듯하게 여겼으며
나 또한 그런 그의 성실함에 감동을 받고는 했다.
하지만
그 것이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조금 얘기가 달라진다.
금요일에는 K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했다.
이론뿐 아니라 실기 수업도 진행이 됐는데
그 시간에 나는 영어 수업을 하느라 방 안에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오니
제법 그럴듯한 요리가 식탁에 차려져 있었는데
죽은 식었고 꼬지 전은 뻣뻣해졌고
국수는 불었다.
신혼집들이 때, 음식을 다 차려 놓고서야
전기밥솥에 전원을 켜지 않은 것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시모님 생신날에, 상을 다 차렸는데 갈비가 무르지 않은 적도 있었고
어느 명절엔가는
전을 데우려고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다른 반찬을 챙기느라 까맣게 태웠던 적도 있었다.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는 동안 어느 시점엔가는
갈비는 미리 졸여 상을 차릴 때에 전자렌지에 데우는 동안
잡채를 담고, 전을 한 접시만큼만 새로 부치고, 미리 담아 랩을 씌워 놓았던 샐러드를 꺼내고
물이 생기는 해물은 센 불에 순식간에 볶아
뜨거운 것은 뜨겁게,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상을 차릴 줄 알게 되었다.
K도 언젠가는
뜨거운 달걀프라이를 내어 주는 날이 오겠지.
음식이 맛있는 온도는
온도계가 아니라
그만큼의 시간과 경험이 맞추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