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는 지금
푸들은 털이 덜 빠지고
영리해서 주인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며
충성심은 기본이라고 했다.
장년의 가정에서 키우기에 가장 좋은 견종이라며
딸이 추천했을 때
사실 다시 개를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 무렵 퇴직을 한 K와 거의 사흘거리로 싸웠다.
말은 싸움이라고 했지만
사건의 발단은 늘 내가 하는 말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K때문에 내가 마음이 상하는 상황이었다.
즉, K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 싸움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앞으로 살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도 모르는데
매번 일방통행식의 소통을 하며 살아야 한다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를 키우기로 했다.
개를 키우되 최대한 준비를 한 다음에 데려오기로 했다.
단추가 처음 집에 왔을 때는 생 후 4개월이었다.
배변훈련부터 산책, 짖는 교육까지
유투브와 반려견 관련 책에서 본 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관심을 가지고 하나씩 시도하다보니
전에는 몰랐던 마음이 생겨났다.
짖는다는 이웃의 민원 때문에 다른 집으로 보낸 첫 반려견 수컷 몰티즈 짜구
한 번 집을 나갔는데 찾지 못한 여아 몰티즈 뽀미
다섯 번이나 찾아왔는데 결국 열린 문틈으로 다시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은 다른 뽀미
그리고 최근까지 키웠던 웰시코기에게
참으로 무지한 견주였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지금은 나보다 K와 영혼의 단짝이 된 것 같은 단추가
털이 자라 덥수룩해져 눈이 보이지 않았다.
산책을 하다 만난 할머니조차
가던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더니
“너는 뭐가 보이기는 하니?”
라며 걱정스런 눈빛을 보낼 정도였다.
이사 온 지 8개월이 됐지만 아직 동네가 낯설어 미용을 하지 못한 탓이었다.
주변에 애견 미용실은 많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는 것은 막연해서
아쉬운 대로 직접 해보기로 했다.
얼굴은 모양 따라 자르고
몸통은 기계로 밀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시작부터 막혔다.
기계에 끼우는 클립을 가장 두꺼운 것부터 시작했는데
그 것이 털 사이로 들어가지 않고 자꾸 미끄러진다.
조금 얇은 것, 더 얇은 것 순서로 바꿔 끼웠지만 마찬가지였다.
할 수 없이 가위로 조심스레 숯을 치다보니
털 안 쪽으로 뭉친 털뭉치가 많아서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강아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화실용 앞치마를 두르고
안경까지 쓴 후 본격적으로 털 정리에 들어갔다.
잘려 나온 털이 온 거실로 한 바닥이고
테이블이며 앞치마 내 발등 위로 또 한 가득이다.
도대체 4.5 킬로그램 밖에 안 되는 녀석인데
이 많은 털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단추는 고마 귀찮고 짜증이 날 텐데도
낑 소리도 내지 않으며 선무당 미용사(?)에게 몸을 내어 주고 있었다.
깎고 빗기고 자르고 빗기기를 얼마나 했는지 팔이 다 아프다.
나도 힘들었지만 뭉친 털이 뜯기기도 하고
눈앞으로 가위가 왔다 갔다 하는
무시무시한 상황을 참아야 하는 단추는 또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일단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얼핏 보면 나름 할 만 하네 싶다가도
자세히 보니 목덜미며 겨드랑이 엉덩이에
움푹 팬 자리가 두드러져 흡사 쥐가 파먹은 것 같은 모양이었다.
털 청소하고 앞치마며 목욕시킨 수건들까지 정리하고 나니 기진맥진해서 소파에 널브러졌다.
털이 들어갔는지 코도 간질거리고
어깨도 결리고 팔도 아프고 허리도 쑤신다.
마음속으로 깨달음이 메아리친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미용은 미용사에게’
전문가가 달리 전문가가 아니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