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아니한가!
실용적이고 다양한 강의 프로그램
실습 재료 일체 무상 제공, 점심식사 제공 등
K가 소속해있는 과정은
할 수만 있다면 나도 하고 싶을 만큼 탐이 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조리도구 인데
있는 것을 그냥 사용해도 상관없지만
대개는 자기 것을 갖춰 놓는다고 한다.
일리가 있는 것이 연습은 연습장에 있는 것을 이용한다고 쳐도
어디로 배정될지 모르는 시험장에서 생소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익숙한 것이 좋을 테니 말이다.
하여 하나 둘씩 사 모은 조리 도구들이
편수 냄비부터 시작해서 용도별 프라이팬, 칼
심지어 국자 뒤지개 등을 꽂을 수 있는 조리도구함까지
커다란 쇼핑백 두 개로도 모자란다.
그 중에는 개별 적으로 구입한 것이
실제 조리 과정에 적합하지 않아서 다시 구입한 것도 있다.
칼 역시 용도에 맞지 않아 얼마간은 불필요한 힘을 들였다고 하더니
어느 날 내게 묻는다.
집에 있는 칼하고 바꿔가도 되겠냐고.
집에 있는 칼로 말할 것 같으면
3년 전 동유럽 여행을 할 당시에
처음 해보는 패키지 투어의 빡빡한 일정 중
면세점에서 바라만 보다 놓친 독일제 쌍둥이칼 되시겠다.
주방 식도의 명품이라나 뭐라나?
신혼 때 시어머니가 사준 도루코 식도가 날이 망가진 이후
어디선가 사은품으로 받았던 칼을 사용하고 있었다.
상표가 반쪽만 쌍둥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식으로 갈아 쓴 적은 없으며
파를 썰 때조차 미끄러진다 싶을 때는
뚝배기 뒤집어 놓고 굽에 몇 번 문질러 쓰고는 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쌍둥이 칼을 보기만 하고 망설이다 그냥 왔다는 말에
지인은 혀를 찼다.
일부러도 사는데
거기까지 갔으면서 그걸 안 사고 오는 게 말이 되냐며.
몇 해 전 고기를 구워먹자며 아들이 주방에서 뭔가를 준비하다가
주방 칼을 들어 올려보더니
“이거 완전 날이 뭉개졌네.”
한다.
“잘 쓰고 있는데 왜?”
우물우물 들릴 듯 말 듯 얼버무렸다.
얼마 후
바람을 쏘이러 나간 길에 파주 아웃렛에 간 적이 있었다.
“저기 쌍둥이 칼 매장 있다!”
K가 가리킨 곳은 몰의 3층에 있었는데
외국산 주방 브랜드 매장이 이어져 있었다.
명장은 장비를 가리지 않는다는 신념 따위가 있었을 리 만무하지만
어쨌든 주방 도구에 특별히 불만은 없었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아쉬웠던 마음이 남아있기는 했었다.
그 날, K의 대인배같은 배려로 쌍둥이 칼을
그것도 과도까지 묶인 패키지 상품으로 득템을 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제까지 쓰던 것의 가벼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묵직함과 날렵한 절삭력에 마음이 다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K는 지금 그 칼을 연습용으로 사용해도 되겠느냐고 묻는 중이었다.
어차피 그가 사 준 것이니 마다할 명분은 없었지만
혹여 매일 칼을 갈다가 망가질 수도 있으니 괜찮겠냐고 재차 물었다.
“망가지면 또 사주면 되지.”
“아, 그게 그렇게 쉽게 사 줄만한 가격이 아니라서 말이지.”
“담배를 끊으면 되겠네. 어디 보자.... 담배를, 한 달 정도만 끊으면 되려나? 보름만 끊어도 되겠구만 뭘.”
언제나 그렇듯 K는 말이 없었다.
담배를 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칼을 사는 것뿐이겠나.
한 달 끊으면 에어프라이어를
1년 끊으면 브레빌 에스프레소머신을,
2년 끊으면 풀장착 아이패드를
10년 끊으면 나랑 차박하면서 캠핑도 다닐 수 있고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