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백신 접종을 했다.
어쩌다 보니 우리 집 ‘어르신’레벨인 K보다 일주일이나 먼저 맞게 됐다.
1차보다 2차가, 2차보다 3차를 맞은 후의 증상이
딱 심각하지 않은 수준에서 더 힘들다.
열은 없었지만 몸살처럼 온 몸이 아파 밤새 잠을 설쳤다.
누구 탓을 할 수도 없고
하소연을 할 수도 없다.
정말로 이게 끝일까?
모든 사람들이 3차 접종을 마치고 나면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11월, 위드 코로나를 시작하면서
K는 12월에 한 주 간격으로 모임 약속이 있다고 했다.
작년 한 해를 허공에 날려버린 것 같은 기분에
올 해가 가기 전에 얼굴은 한 번 봐야겠지 않겠냐는 마음은 모두 같았을 터다.
하지만, 예상보다 급격하게 나빠지는 상황을 뉴스를 통해 보면서
나는 오히려 이전 어느 때보다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K의 첫 번 째 약속이 있던 날
조심스레 혼잣말처럼 말했다.
“상황이 별로 좋아진 거 같지 않은데 조심해야하지 않나?”
이렇다 저렇다 대꾸 없이 K는 모임에 나갔다.
그 무렵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7을 보기 시작했는데
배경이 바로 작년 팬데믹이 시작된 상황이었다.
가족 중 아직 pcr검사를 받은 사람도 없었으니
뉴스를 보면서 마스크 쓰라면 쓰고
사람 많은데 가지 말라면 안 갔고
모이지 말라고 해서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코로나보다 그런 상황과의 거리를 두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상황이 더 심각했던 건지
극적인 의도가 있었던 건지는 모르지만
드라마에서는 확진이 됐다가 살아서 퇴원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심지어 메러디스도 확진이 됐는데
14회가 되도록 깨어나지 못하고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그 곳이 좋다며 사는 것은 너무 큰 고통이라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의사들은 혼란스럽다가 허탈하다가 나중에는 모두 화가 났다.
예전처럼 몰입이 되지도 않으면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우울감과 불안감이 지배했다.
K의 두 번 째 약속이 있던 날
죽는 게 겁나는 게 아니고, 이건 혼자만 아프면 되는 게 아니고 주변까지 줄줄이 민폐를 끼치는 거 아니냐고,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게 아니라면 취소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역시나 아무 대꾸 없이 나갔고 오후에는 모임에 간다고 톡이 왔다.
혼란스럽다가 허탈하다가 화가 났다.
다음 날, 아침 먹자는 그에게
음성확인서 가지고 오기 전에는 같이 밥 안 먹겠다고 했다
K는 정말로 검사를 받으러 갔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K가 거실로 나오면 내가 방으로 들어가고
내가 주방에 있으면 K는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았으며
밥도 각자 먹었다.
음성 확인 문자를 전달해주며 K가 하는 말
“근데 광장시장에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
“..........”
한참을 걸어왔는데 돌아보니 아직 그 자리인 꿈을 꿀 때가 있다.
걷거나 뛸 때도 있었지만 때로는 날 수도 있었는데
될수록 멀리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던 느낌이 생생하게 잠에서 깨고는 했다.
지금은 꿈이 아닌 현실에서 그런 기분을 느낄 때가 많다.
그만 하면 된 것 같은데
아직은 갈 길이 먼가 보다.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멀찍이 거리를 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