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는 지금
“엉덩이하고 다리까지 덮는, 포근하게 생긴 옷을 입었더라?
걔랑 있으니까 갑자기 우리 단추가 없는 집 개 같더라구.”
“그래서 속상했어?”
“그러게, 그게 뭐라고...”
갑자기 떨어진 기온 때문이 아니더라도
겨울이 되면서
사람처럼, 개들의 옷차림도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추의 패션이라고는
여름에는 초록색 원피스, 봄가을엔 노란색 후디를 입혔고
겨울이 되어 루돌프가 그려진 빨간색 니트를 입혔다.
그마저 내가 사 준 것은 없고
큰 개를 키우느라 옷 사줄 일이 없다며
봐 뒀던 예쁜 옷을 조니가 단추에게 사 준 것들이다.
무지하게도 개에게 더 이상의 옷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올겨울 트렌드는 양털 올인원 패딩인지
그 날 만난 몰티즈 비숑 푸들까지 죄다 그 패션 일색이다.
언제부터 개의 의상이 이렇게 다양했었나?
몽실몽실한 양털 패딩이 온 몸을 감싸고 있는 흰색 몰티즈는
털 관리도 엄청 부지런히 해 주는 모양으로
눈처럼 하얀 털이 귀 끝에서 찰랑거렸다.
딱 봐도 있는 집 개처럼 보였다.
있는 집 개라니, 불현 듯 스친 단어에 실소가 나왔다.
아직 킁킁거리며 탐색이 끝나지 않은 단추를 냉큼 안아들고 그 자리를 떠났다.
얼마쯤 지나 몰티즈가 보이지 않을 무렵 단추를 내려놓자
그 개에 대한 쓸데없는 호기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요즘은 개도 유치원에 보낸다던데
스파도 보내고 보모도 있고 개 산책 집사도 따로 있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설마.... 쟤도??
며칠 전에는 푸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분명 같은 푸들인데 뭔가 단추와는 아주 많이 다르게 보였다.
그 아이는 옅은 브라운색 털을 가지고 있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정한 길이와 볼륨으로
한 눈에도 포근하고 귀여운 견상이었다.
그에 비해 셀프 미용을 한답시고 숱을 다 쳐버린 단추는
몸 크기가 비슷한 건 분명한데 어쩐지 왜소해보였다.
사람의 일이라면
어느 헤어샵 다녀요?
라고 물어볼 상황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도 남의 개는 조심스럽다.
내 개 조차 때로는 그 조그만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순간순간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여행한지 오래 됐고
지금은 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혹여 장거리 여행이라도 해야 한다면
개를 데리고 다닐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라
신경써야 하는 것도 번거롭다.
개를 위해 온전히 내어줄 그릇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요즘
고작 5킬로그램도 안 되는 작은 생명체에게 자꾸 마음이 쓰인다.
누구는, 인간은 믿을 수 없어 동물농장만 본다고 한다.
나는 아직 인간보다 동물을 더 신뢰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지만
조금씩 궁금하고 조금 더 알고 싶어진다.
여전히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사람이 추우면 개도 춥고
주인이 우울하면 개도 우울해지고
제 때 밥을 주지 않으면 배가 고픈 게 당연하다는 정도는 안다.
그나저나
양털이 몽실몽실하고 엉덩이에 뒷다리까지 덮는
강아지 외투는 어디서 사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