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값이 오른다고 커피가 끊어질까?

오늘은

by 이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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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처음 맛 본 것은 막내이모네 집에서였다.

미군부대에서 태권도를 가르친다는 이모부 덕분인지

이모네 집에는 항상 신기한 물건들이 많았다.

그 중 커피가 있었다.

이모네 주방 찬장에 있는 초록색 라벨이 붙은 병이

커피라는 것은 한참 뒤에 알았다.

좋은 냄새에 이끌려 이모 몰래 뚜껑을 열어 까만 가루의 맛을 봤다가

너무 써서 뱉어 내고는 이게 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했었다.


음식하고는 다르게 커피는 내가 내린 커피를 제일 좋아한다.

커피 박람회에서 알게 된 사이트에서 원두를 주문하는데

그 주기가 대략 한 달에 한 번 정도 된다.

커피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오전 8시 이전 주문 건은 당일 로스팅해서 배송하는 시스템이라

신선하고 원두마다 각각 개성 있는 향도 살아있어 맛있고

가격도 합리적이라서 좋다.

우연히 알게 된 서점 이벤트를 통해서

핸드드립도 배우고 내친김에 바리스타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러는 동안 집 안에는 커피와 관련한 도구들이 하나씩 늘어났다.

그 중 정점을 찍은 것이 엔틱 수동 그라인더인데

욕심은 났지만 가격 때문에 포기 했던 것을

K가 결혼기념일 선물로 주는 모양새로 손에 넣었다.

즉, 내 돈 주고는 살 수 없어도 선물로 받으면 기꺼이 고맙게 쓰는 경우가 된 셈이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많이 마시는 것은 아니었다.

그 때도 이미 약간의 위염 증상이 있었는데

의사가 말하는 주의해야할 음식 중에 커피가 있었다.

그래도 꼭 마시고 싶으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많이 마시지만 않으면 괜찮다며, 하루 두 잔까지는 상관없다고 했었다.

젊은 의사가 참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정기검진 결과에 골감소의 소견이 보인다고 했다.

멸치 우유 치즈를 많이 먹으라고 할 줄 알았더니

커피를 끊으라고 한다.

위염과 십이지장 궤양의 흔적이 보인다며

커피는 마시면 안 된다고 한다.

그래도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대꾸도 하지 않는다.

거 참 연세도 지긋하신 의사가 팍팍하시긴.


며칠 전에는 이명이 지속돼 이비인후과에 갔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갑자기 심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잠을 많이 자고

마음을 편하게 하며

가급적 소음은 피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러더니 역시나 마무리는

커피가 해롭다고 했다.

하루 한 잔은? 반 잔은? 이라는 여지가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다.

그래봐야 내 배 아프고 뼈가 약해지며 귀에서 기계소리가 들리는 거지

그걸 누구한테 하소연 할 일이 아닌 걸 낸들 모르겠나.


지금 이용하는 원두에 불만은 없지만

이왕이면 로스팅부터 직접 해보고 싶었다.

로스터를 전동식으로 할까

직화식이 좋을까

아니면 그냥 수동 채망으로 할까를 놓고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아이네 집에 가면 브레빌에서 추출해주는 에스프레소가 좋아서

혹시나 다시 한 번 생일이나 기념일 선물로 사달라고 할까를 잠시 고민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좀 과하다 싶어 접어 두고 있었다.


약봉지를 커피 테이블에 던져놓고 보니 한숨이 나왔다.

로스팅, 브레빌은 됐고

그냥 하루에 작은 잔으로 한 잔 정도로 스스로 타협을 했는데

뉴스에서 원두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혼잣말이 나왔다.


글쎄

커피 값이 오른다고 커피가 끊어질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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