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의 결제는 손 보다 빨랐다.

오늘은

by 이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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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동네 살 때 알게 된 친구 J와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세상에, 이런 거 알았어요? 없는 게 없어요.”

“뭐, 뭐가요?”

“핸드폰에, 별별 게 다 있어요, 식당 갈 필요가 없겠어.”

“......???”


그게 벌써 재작년 일이었다.

코로나로 원어민 영어교실 개강이 무기한 연기 되었고

겨우내 숨죽이고 있다가

봄바람이 살살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할 무렵

스터디를 하자며 일주일에 두 번 카페에서 만났다.

인근 카페 발 대규모 감염이 확산된 후

그나마도 두 달 쯤 하다 중단해야 했다.

노후를 여행하며 보내고 싶다는 야심찬 나의 목표나

세계 3대 폭포에 가보고 싶다는 J의 목표는 차치하더라도

그냥 하루라도 영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는 그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영어공부를 계속하기에는 여러모로 장애가 많은 시대가 되었다.

그리하여 다시 집콕 모드가 되었을 때

이따금 한 번씩 전화로 안부를 묻던 중이었다.


“휴대폰에 먹을 게 있어요?”

“어제 우리 딸이 휴대폰에 깔아줬는데 회도 있고 해물찜, 삼겹살에 칼국수도 된다네요.”


배달 어플을 말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 때 까지 나는 아직 사용해본 적이 없다보니 어떤 개념인지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배달이라고 하면 중국집 자장면 말고는 이용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식당마다 배달 직원을 고용한다는 건지

그릇은 다시 가져가는 건지

식대는 배달원에게 주는 건지

돈도 받기 전에 어떻게 음식부터 만들어 보낸다는 건지

모든 게 이해가 되지도 않는 한 편 궁금하기도 했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내 폰에도 배달 어플이 깔렸고

딸이 보여주는 배달원의 동선(오토바이인지 자동차인지까지)을 보면서는 입이 떡 벌어졌다.

제일 궁금했던, 요금은 주문을 할 때 배달비와 함께 폰에서 결제가 되고

주문확인에서부터 준비 중, 픽업

그리고 배달 경로와 이동수단까지 앉은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에...


이 곳으로 이사를 온 후

마땅히 아는 식당이 없을 뿐 아니라

코로나 상황이 날마다 가파르게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으니

식당에 간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배달어플과 친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K는 B어플로 주로 포장주문을 하고

나는 딸이 보여줬던 쿠팡이츠로 배달주문을 하고는 했다.


뭐든 처음은 다 어렵다고 하지만

안경을 쓰지 않으면 카톡 글자도 잘 보이지 않는 나로서는

폰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았다.

전화로

‘여기 00아파트 00동 00호인데요, 탕수육세트 B로 갖다 주세요.’

라고 하면 끝났을 것을

일회용수저에 체크를 풀지 않아 필요하지도 않은 일회용품이 같이 오는가 하면

맛의 정도나 각종 사이드 메뉴를 일일이 체크해야한다.

거기까지 어찌어찌 해결했는데

카드를 선택하려고 우물거리는 동안

쏜살같이 결제부터 돼버리고 나서의 황당함이라니.


일회용품은 원하지 않을 경우 체크를 푸는 것에서

원할 경우 체크를 하는 것으로 수정이 됐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음에도 결제부분은 여전히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며칠 전에는 타코를 주문하는데

선택해야할 옵션이 꽤 많았다.

차근차근 옵션을 선택하고 결제를 앞둔 시점에서

카드 실적을 확인하느라 잠시 신용카드어플을 열었는데

헐...

주문이 수락됐다는 메시지가 먼저 뜬다.

이기 무슨 일이고 싶어 다시 배달어플을 보니

이미 이전 사용카드로 결제가 되어버렸다.

내 손이 결제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눈도, 말도, 다리도, 손도 마음보다 느리니

그래서 노인이 될수록 성질이 급해진다고 하나보다.

어쩌면 우리집 K선생이

배달보다 포장주문을 하고 직접 가지러 가기를 선호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포장이든 배달이든

결제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손가락 근력운동이나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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