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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설zip

멜랑콜리 블루스

by 걍마늘

“그런데 문제는, 문제는 바로 귀였어. 내가 무슨 말을 할 때 날 쳐다보는 건 눈이 아니라 그 당나귀 귀였다니까.”

나는 슬그머니 귀를 만져보았다. 당나귀 귀?

“내가 사준 귀걸이만 해도 과자 한 상자는 될걸? 그런데 세상에, 어울리는 게 하나도 없었다니까. 그런 귀, 말로는 설명 못 해. 어떤 귀걸이도 어울리지 않는 귀라니! 그런 귀가 세상에 있단 말이지.”

취향이 확실한 그는 <멜랑콜리 블루스>는 칵테일을 주문했다. 바의 시그니처 칵테일이었다.

“여기서만 팔아. 결국은 이리로만 오게 되더라.”

바텐더가 능숙하게 셰이커를 흔든다.

“당나귀 귀는 취향이라는 게 없었어. 내가 뭐 하자 그러면 언제나 끄덕끄덕. 뭐 먹을 때도 항상 같은 걸로. 옷 사러 갔을 때도 멍하니 서 있기만 했어. 멍청한 식물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신경 써주질 않으면 뭐 하나 제대로 하질 못 했지. 아, 어떻게 삼십 년이나 그렇게 살아왔을까?”

“그럼 그게 이유였어? 취향이 없는 여자였다는 거.”

“그냥 그랬다는 거야.”

바텐더가 셰이커를 열고 완성한 칵테일을 글라스에 붓는다. 얼음 부딪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신비한 푸른빛이 감도는 칵테일이다. 달콤한 향이 풍겼다.

“요즘도 하고 다니나? 내가 사준 귀걸이들. 엄청나게 비싼 것들이었는데. 아, 그 비싼 걸 하고 다녀도 그놈의 귀는 어쩔 수가 없더라.”

그가 촉촉한 눈으로 글라스에 담긴 푸른빛을 응시한다. 확실치는 않지만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나는 단숨에 멜랑콜리 블루스를 들이켰다. 첫맛은 달았다. 그런데 끝맛이 살짝 쓰다.

“안 하고 다녀. 아마 너랑 헤어지고 나서는 한 적이 없을걸? 거추장스럽다나.”

“뭐?”

주머니에서 상자를 꺼냈다.

“아무래도 부담스럽다고 하더라. 팔아버릴까도 했는데 예의가 아닌 것 같았대. 그렇지만 직접 돌려주지는 못 하겠다고.”

상자를 건네받은 그가 천천히 뚜껑을 열었다. 바의 조명에 귀걸이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리고 그 귀… 난 잘 모르겠던데. 하긴, 그건 네 취향이니까.”

그는 마치 그가 말했던 식물 같은 모습으로, 상자 속에 담긴 귀걸이들을 보았다. 칵테일 값을 치른 나는 무심한 얼굴로 글라스를 닦는 바텐더와 반쯤 남은 그의 멜랑콜리 블루스를 뒤로 한 채 바를 나섰다. 비가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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