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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책빵

월요일 아침에

유리 슐레비츠

by 걍마늘

시간은 나이의 속도로 흐른다고들 합니다. 최고 속도가 100이라면, 열 살 무렵의 속도는 10쯤 되겠죠.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엄마를 기다려 본 기억이 있다면 아실 겁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길고 지루한지.

여기 일주일 내내 외로운 소년이 있습니다. 부모님은 하루 종일 일터에 나가 있고, 딱히 할 일이 없는 소년은 혼자서 도시 이곳저곳을 기웃거립니다. 비 오는 월요일 아침 여전히 빨랫줄에 걸려 있는 빨래는 긴 설명 없이도 이들의 형편을 짐작케 합니다.

소년은 집에 없을 때 자길 만나러 왔다가 헛걸음쳤을 지도 모르는 궁정 사람들을 상상합니다. 월요일엔 왕과 왕비와 어린 왕자가, 화요일엔 기사가, 수요일엔 근위병이, 목요일엔 요리사가, 금요일엔 이발사가, 토요일엔 광대가 차례로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 돌아가죠.

매번 허탕을 치지만 그들은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너그러운 '궁정 사람들'이 어쩐지 부모님과 함께 있는 싶은 소년의 '마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찍 철든 소년은 벌써 부모를 이해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요일엔 해가 날까요? 비 오는 월요일 아침, 소년은 창가에서 카드를 펼쳐보며 기대합니다. 소년의 먹구름을 걷어낼 해가 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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