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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리 Oct 30. 2017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상상의 나래

나헤라에서 산토도밍고까지 | 24km

오늘은 어제보다 적게걸으니까 천천히 출발했다. 작은 산을 하나 넘어가는 코스이긴 하지만, 그렇게 힘들어 보이는 산도 아니었다. 다만 어제보다 많이 추워서 반바지차림인 나에게는 아침이 참 고통스러웠다. 다리에 서리가 생길것 같은 기분.

길을 걸어 올라가는데 차들이 한 공간에 속속들여 모인다. 무슨 놀러가나? 바캉스? 스페인어가 안되니 물어보지는 못하고,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포도밭을 지나가다 본 풍경,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말았고...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어제의 노을보다 더 예쁜 하늘이 나를 반겨줬다. 물들어가는 예쁜 하늘, 그리고 우리. 수채화를 칠하는 느낌.


비행기야, 너는 어디로 가니?

노을의 시간이 지나고 어디선가 날아온 RC 비행기. 이 비행기의 목적지는 정해져 있을까? 어디로 가니? 노선은 정해져 있니? #상상의나래

계속 걷다가 배고파서 타파스를 하나 먹었는데, 타파스를 먹고나니 곱창과 돼지껍질로 만든 요리가 나왔다. 이걸 먹어봤어야했는데 못먹어봐서 일단 나중에라도 먹어볼 요량으로 사진으로 남겨뒀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걷는다.... 걷다가 한참뒤에서 출발한 A누나가 내 앞에 보였다. 내가 너무 먹는데 집중한 나머지 바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나 보다. 그래도 아는사람 만나니까 기분이 좋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마을에 도착해서 숙소는 똑같이 공립 알베르게로 잡았는데 여기 공립알베르게가 진짜 좋았다. J군은 한 마을 더 가고싶다길래 보내주고, 스페니쉬 쉐프 빠우가 저녁을 만들어 먹을거라며 5유로씩 걷고 있어 나도 A누나, L형님과 함께 참석신청을 했다. 5유로 조금 비싼거 아닌가 했지만 소고기스튜라고 해서 군말없이 참석했다.

우리가 잡은 숙소는 공립숙소인데 불구하고 숙소퀄리티가 대박 좋았다. 넓고 넓은 주방, 식사장소, 좋은 리클라이너 등. 숙소 시설을 확인하고 나는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제육볶음을 만들어 A누나와 나눠먹었다.


잠깐 자기정비시간을 좀 가졌다가, 저녁시간이 되고 밥먹으라며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빠우. 식당으로 갔더니

대박. 엄청난 소고기 스튜가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심지어 샐러드, 빵, 그리고 와인에 맥주까지. 행복한 저녁

이 모두가 다같이 저녁을 먹었다. 빠우는 요리실력이 참 대단하다. 네팔에서 15인 매운탕 해보긴 했는데 이렇게까진 못할것 같은데. 빠우 덕분에 행복한 저녁이었다.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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