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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리 Oct 03. 2017

도둑에게도 배울것은 있다.

그 무엇보다 가치가 높은 것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공항


잠깐의 잠꼬대와 동시에 눈을 떴다. 앞에 무언가 익숙한 물건이 없다. 두눈을 비비고 찾아봐도, 내가 묶어놓은 운동화 끈만 있을 뿐.


아뿔싸, 공항에서 노숙중에 누군가가 가방을 훔쳐갔다. 여권과 지갑, 노트북과 카메라가 모두 들어있는 가방이란것을 상기하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았다.

어떡하지.... 내 물건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고, 내가 할 수있는 선택지는 경찰에 신고하여 폴리스 리포트를 받는 것이 전부 였으며, 폴리스 리포트를 받자 마자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여행중에 물건을 도난당한적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여권외에 지갑과 모든 것들이 도난당한적은 처음이었고, 나는 여행을 지속하지 못할거라는 불안감에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그때 사건현장에 있었던 노숙을 같이하던 부부가 말했다.


“혹시 사진과 동영상과 같은건 백업했어?”
“응, 어제꺼만 빼면 다 되어있어”
“다행이네, 그럼 됬어, 저 물건의 가치보다는 너의 여행의 가치가 더 커, 너의 추억과 경험은 돈으로 살수없어, 단지 카메라나 노트북은 돈으로 살수있잖아, 이건 단지 “Shit Happening”일뿐이란다.”

라며 부부가 아침을 사줬다. 미안하다며, 어떻게 이 고마움을 갚아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더니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다음에 누군가 이런일이 발생하면, 그때 도와주면 되.”


아아. 이런걸 보고 인류애의 대 폭발이라고 했던가. 사라져만 가는 인류애에 구세주가 등장하셨다. 너무도 고맙고 한수 배워 간다.

잊을수 없는 인도에서의 추억, 판공초


그래, 비싼가격의 물건들이 맞다. 하지만 그 물건은 그저 돈벌어서 살수 있던 것들일 뿐이고, 중요한건 돈으로 살수 없는 나의 추억과 경험이다. 여행을 시작하며 물질적인 욕구를 버리고자 마음먹었었는데 마음을 제대로 먹지 못했나보다. 덕분에 여행을 계속 하려고 한다. 도난따위가 날 막을수는 없다. 그러면 너무 억울하잖아.


삶에 있어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상기시켜 보아야 할것 같다. 내 가치가 중요한지, 그깟 물건 하나가 중요할지.


도둑에게도 배울것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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