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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리 Sep 09. 2017

삶이라는 잔혹함에 대하여

인도의 인간 릭샤, 자전거 릭샤를 만나다.


인도를 처음 방문했을 때, 인간 릭샤를 보고 심장이 덜컹했다. 인도의 모습을 다룬 다큐에서 자전거 릭샤는 많이 이 봤어도 인간 릭샤는 본 적이 없었기에, 놀라움은 더했다. 두려움을 가득 안고 방문한 인도에서 이런 광경을 보다니.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콜카타 서더스트릿


자전거 릭샤는 사실 인도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인간 릭샤는 콜카타에서만 볼 수 있어 인도의 부유층들에 의해 하나의 관광 상품화된 지 오래다. 이 마저도 인간 릭샤의 신규 라이선스 발급은 중지되어 있으며, 남아있는 인간 릭샤 마저 곧 사라질 예정이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빈민들을 많이도 봐 왔지만, 내가 따로 도와줄 방도는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차라리 신체를 다친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와 적선을 요구한다면 한 푼 두 푼씩 줄 수 있었을 텐데, 이도 저도 아니라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콜카타에서 차마 인간 릭샤와 자전거 릭샤를 끝내 타지 못했다. 이 사람들도 사람들을 태워야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가족들을 부양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차마 가슴이 아파 타지를 못했다. 내가 그 사람을 직업인으로서 존중했다면 탈 수 있었을 테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영화 '박열'의 서두에 나오는 박열의 시.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가 오버랩됐다.


박열의 시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 박열 영화 포스터


박열처럼 이 릭샤왈라도 동일한 감정을 느꼈을까? 나의 삶은 왜 이리 잔혹한지에 대해서. 대우를 받고자 함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할 권리 정도는 가질 수 있어야 하지 않는지에 대해 그들은 고민하고 있을까? 그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쉽다.


델리에서 탔던 자전거 릭샤.


델리에 와서 갑자기 단거리지만 급히 가야 할 일이 있어 "인간 릭샤보다 나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자전거 릭샤를 탔더니, 이 릭샤왈라는 한쪽 눈을 다친 채로 운전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태우면서 헉헉대는 숨소리를 들으며, 타면서 내가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다. 평소 같으면 악착같이 흥정하려고 달려들었을 텐데, 릭샤왈라가 달라는 데로 주었다. 내가 너무 마음을 좁게 먹고 있었나 보다.


심지어 이 릭샤왈라는 바가지를 씌우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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