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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리 Dec 17. 2018

칸첸중가를 향해, 시킴

시킴 왕국을 찾아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시킴으로 가려면 시킴을 갈 수 있는 퍼밋(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별도의 비용은 없으나 여로모로 귀찮음이 존재하기에 시킴 관광에는 부적합하지 않나 싶다.


전날 시킴 퍼밋 신청서는 다 작성해두었고, District Magistration Office(이하 DM Office)에 가서 신청서를 여권과 함께 제출을 하면 된다.

DM Office

DM Office에 방문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무슨 내용인지 모른 체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 때 현지인들에게 물어봤더니 원래 다즐링이 시킴지역이었는데 웨스트벵갈에 편입되어 있는 것을 다시 시킴으로 돌려달라는 시위라고 한다. 아무래도 웨스트 뱅갈주 입장에서는 다즐링이라는 나름의 큰 도시를 돌려주기 싫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시킴 퍼밋은 신청하면 5분 정도가 걸린다. 퍼밋을 받고 다즐링 공영 지프 스탠드에서 갱톡으로 가는 지프를 타면 된다. DM Office에서 공영 지프 스탠드 까지는 걸어서 10~15분 정도.

지프 스탠드에 도착해서 공영 지프를 찾아보니, 이미 전부가 매진이라고 한다. 저녁에는 출발하는 지프가 없으며, 가고 싶다면 택시를 대절해서 가라고 하는데 셋다 배낭여행자이고, 세계여행을 하고자 한국에서 출발했기에 경비가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하루를 더 자야 하나 고민하다가, 스탠드 앞에서 내가 손을 들었다.

Gangtok~! Gangtok~!

주말과 겹쳐있어서 갱톡으로 가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았다. 또 갱톡으로 가는 중간 도시인 랭포(Rangpo)까지 가려는 사람들도 있어 사람을 모았고, 지프 스탠드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손님을 찾던 사설 지프 운전자에게 딜을 해서 1인당 250루피에 갱톡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다즐링에서 갱톡까지 공영 지프는 원래 150루 피지만, 250루피에 오늘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했다.

우리가 갱톡까지 타고 갈 지프

지프에 타서 보니 우리 셋 빼고는 다 인도 사람이었다. 한국인인 줄 알고 말 걸었더니 나갈랜드 사람인 분도 있었다. 인도 동북부 사람들이랑 한국인 외모는 매우 유사하다.


지프 안에서 만난 학생은 다즐링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방학을 해서 집에 내려간다고 했다. 인도의 많은 지역들이 소고기를 먹지 못하지만, 다즐링은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지역이고, 힌두교 신자들이 아닌 불교신자들이 많은 인도 동북부 지역의 특성상 다즐링으로 온 김에 소고기를 많이 먹으며, 본인도 집에 내려가기 전에 비프 모모(Beef Momo, 티베트식 만두)를 먹고 내려가는 길이란다. 쵸키네에서 먹었던 소고기 만두가 문득 생각이 났다.

갱톡으로 가는 길. 가는 데는 4시간 정도가 걸렸다.

갱톡으로 가는 길이 매우 험했다. 더군다나 우리는 지프의 맨 뒷자리, 지하철처럼 서로를 바라보는 좌석에 탄 덕분에 멀미가 나서 죽을뻔했다. 나는 평소에 멀미라곤 일절 해본 적이 없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멀미를 해버렸다. 같이 뒷자리에 탄 인도 학생도 멀미를 할 정도였으니, 기사가 단단히 미친듯한 드라이빙을 한 거다.


다즐링에서 갱톡을 가는 길의 중간지점 랑푸라는 도시에 도착했더니 다른 지프로 갈아타라고 한다. 그러면서 250루피를 다 받아 가고, 다른 지프에 탔더니 80루피를 더 달라고 했다. 사기꾼 같은 이들의 모습에 짜증을 내고 싶었지만 멀미 탓에 기운이 없어서 결국 순순히 내버렸다. 체력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는 만큼 사기에 취약해지는 시점도 없는 것 같다.

숙소 찾는 중

우여곡절 끝에 갱톡에 도착하고, 숙소를 알아보러 다녔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 인도를 먼저 여행한 여행자에게 듣기로는, 인도가 진짜 저렴의 끝판왕이라더니, 전혀 그렇지만도 않았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원래 이 지역이 비싼 지역이었고, 인도는 너무 넓어서 하나의 나라로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라자스탄 같은 지역은 엄청나게 숙소 값이 저렴했다.

 

숙소를 찾는 와중에 어떤 외국인을 만났는데 다음날 아침 융탕밸리로 갈 사람들을 구하고 있었다. H형은 가고싶은 눈치였는데 나와 K는 별로 가고싶은 생각은 없었다. 날씨도 안좋다 보니 기운이 축 늘어졌다. 도저히 뭔가를 결정할 힘은 안나서, 숙소를 먼저 찾아야 한다고 했더니 이 숙소를 알려주었다.


갱톡에서 묵었던 숙소.

메인로드인 MG로드랑 은근히 떨어져있어서 숙소를 겨우 찾았다.  8인실이었던 도미토리를 3인이서 쓰게 해주기로 약속받고, 그나마 싼 1인당 400루피의 숙소를 3인이서 1박당 1,000루피로 흥정했다. (400루피 = 약 8천원) 태국보다 더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갱톡에서 방문한 숙소중에선 매우 저렴한 축에 속하는 편.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나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체력이 떨어진 뒤였어서 가볍게 숙소에서 밥을 먹었다. 중국과 철전지 원수사이인 인도와 중국, 그리고 그 국경지대인 시킴이지만, 여기 음식들은 모든것들이 약간 중화풍을 겉돌았다. 한국 치킨맛인것 같으면서도 중화풍의 소스가 곁들어진 치킨 칠리,  그리고 치킨이 곁들여진 탈리에 치킨프라이 까지, 순수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이동만 하는 날이었지만 지역을 이동한다는 것은 너무나 많은 체력을 소모하는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나니 밤이 되었다. 문을 닫기 직전인 슈퍼에 가서 간단한 음료와 간식거리를 사고 들어왔다. 조금 걱정이 든다. 내일은 또 뭘 해야하지? 여기서 무얼 할수 있을까? 인터넷이 잘 안되는 동네라서 정보를 찾기도 힘들다. 이래서 아는것이 힘이라고 하는걸까. 가이드북이라도 챙겨올걸 그랬나. 하며 후회를 해보지만, 우선 잠에 청하기로 한다. 갱톡여행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이 안가서 조금 불안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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