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를 뚫는 풀꽃

by 주홍빛옥상


단연코 자연이다

소셜미디어 세상 속에는 불과 몇 초만 시간을 내어도 눈길을 붙잡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 모든 찰나의 유혹을 뒤로하고 나의 시선이 오래 머무는 곳은 언제나 자연이다. 계절 저마다의 빛깔, 하루의 낮과 밤의 결을 따라 바뀌는 풍경에서 나는 기쁨과 깊은 감상을 느낀다.



시멘트를 뚫는 풀꽃

매일 오가는 길목, 꽃을 기대하는 자리가 아닌 그저 시멘트 길, 주차장, 바닥 틈새로 자라는 풀꽃을 보아도 그러하다.
초록풀 사이로 피어 난 보랏빛, 노란빛, 형형색색의 꽃들, 계란 꽃, 사방으로 피어나는 민들레...
눈여겨보면 이름을 몰라서 불러주지 못하는 풀꽃들로 넘친다.


'차갑고 단단한 시멘트 바닥도 움트는 생명을 막아낼 도리는 없나 보다.' 생각하고 다시 들여다본다.

가장 여린 것이 가장 단단한 것을 뚫고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민 것이다.
그 여린 줄기로 견뎠을 어둠과 무게를 생각하면 길에 핀 풀꽃 하나조차 자기 생을 인내하며 살아가는구나 하고 한 번 더 보게 된다.



균열과 틈

제아무리 단단한 시멘트에도 균열은 생기고 그 틈새로 흙과 먼지가 쌓이면 씨앗이 자랄 터를 잡는다.
그 틈새로 해와 비, 바람이 스며들어 씨앗을 자라게 할 것이다.
때론 거친 비바람이 몰아 쳐도 여린 풀꽃은 이미 시멘트길을 견뎌냈기에 이겨낼 힘이 있다.

균열과 틈이 없었다면 그 어떤 생명의 씨앗도 자리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마음의 틈에서 풀꽃은 피어난다

우리의 마음은 어떠한가. 사는 일이 그러하듯 슬픔과 고통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어느 순간 상처로 굳어버린 마음에도 풀꽃 같은 희망은 고개를 내민다.

씨앗이 싹트고 꽃을 피울 수 없을 것만 같은 시멘트길, 그 균열의 틈으로 꽃은 피어나듯 상처 입은 마음의 균열, 그 마음의 틈에서 꽃 피울 무언가는 자라난다.


어둠의 가치

깜깜한 밤이 없다면 우리는 밝은 달과 빛나는 별을 볼 수 없을 것이고.
칠흑 같은 어둠이 없다면 우리는 밝아오는 순간의 가치를 모를 것이다.

여름의 뜨거움이 있어야 가을의 청명이 빛나고, 겨울의 앙상한 가지가 있어야 봄의 새순이 반짝인다.
스며들 틈이 없다면 우리는 씨앗 같은 희망조차 품지 못할지 모른다.


깜깜한 밤하늘도,

칠흑 같은 어둠도,

삶의 무게도,

모진 비바람도

결국 우리 삶에 틈을 만든다.

그 틈새로 따스한 빛 한 줌,

메마른 마음을 적셔줄 빗줄기가 스며들고,

긴 여름 끝에 불어오는 바람 한 점이 마침내 우리를 웃게 할 것이다.



풀꽃 같은 희망

그렇게 스며들어 풀꽃을 피우게 된다.

그렇게 희망의 씨앗이 자리 잡는다.


그 어떤 상처 입은 마음도, 틈새로 스며들 따뜻한 무언가만 있다면 치유의 꽃은 피어날 것이다.


이 아침, 마음 틈새로 스며드는 9월 끝자락의 빛을 맞이하며 우리 마음의 틈새로 풀꽃 같은 희망과 행복의 씨앗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