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죽음

by 주홍빛옥상

길 위의 죽음은 서늘하다.
해가 지고 한낮의 열기가 식어가는 회색빛 아스팔트는 밤이슬을 맞아 축축하다.

동그란 두 눈에 가득하던 세상이 점점 흐려지고 끝내 눈꺼풀을 들어 올리지 못하면 어둠 속에서도 영롱히 빛나던 두 눈은 영원히 빛을 잃는다.

여리게 흔들리는 노란빛 가로등은 밤거리를 온전히 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거칠던 숨이 옅어지고 마지막 숨결이 한 줄기 빛이 되어 공허한 대기 속으로 흩어진다.

그 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
새벽하늘에 스며들까. 아니면 떠나지 못한 채 제 몸 그 곁을 맴돌까.

어슴푸레한 새벽을 지나 아침이 밝아오면 그곳에 남겨진 짓밟힌 형상은 지나가는 이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오가는 차들로 소란한 아침의 차로 위,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를 발견하면 이미 지난 그 지점의 위치를 가늠해 관할센터에 전화를 걸어 고양이의 사체를 치워 달라 - 전화기 반대편에서는 달갑지 않을 - 부탁을 한다.


이미 떠났어도 더는 밟히지 않기를 바라는, 차가운 길에서 외로이 죽음을 맞은 동물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애도의 한 방식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고양이는 제 삶을 힘껏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기다리는 새끼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끼니를 챙겨주던 다정한 손길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밤의 고요한 도로를 가로질러 쉴 곳을 찾아가던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고요를 깨트리고 도로를 질주하던 차는 그렇게 길 위의 생명을 앗아 갔을 것이다.

끝내 밤을 견디지 못하고 아침의 빛을 잃은
길 위의 죽음은, 처연하다..

어느 아침, 길 위에서 목도한 죽음은 말한다.
어떤 생명도 결코 하찮지 않다.
그렇기에 어떤 죽음도 가벼울 리 없다.


부디, 숨을 거두어간 마지막의 고통은 잊고.
긴긴밤을 지나 맞이하던 아침의 환한 빛을,
다정한 사람의 보살핌을,
힘겨웠지만 살 만했던 세상의 기억을 안고
나비처럼 가볍게 하늘로 날아오기를
바라는 아침이다.

비단 고양이만이 아니다.
수많은 길 위의 생명이 오늘도 무사히 아침의 빛을 맞이하기를 바라며,

떠오른 이 아침의 빛을 담아,
길 위의 죽음을 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