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밤하늘이어도 좋으리

by 주홍빛옥상


어둠 속에서 더욱 또렷해지는 것들이 있다.

하루를 밝히던 빛이 스러지고 밤의 고요가 내려앉으면, 우리는 비로소 오늘을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태양 아래 부지런히 살아낸 하루가 저문 뒤,
빛은 스위치를 내리듯 조용히 어둠 속에 잠긴다.

그 어둠 속에서 달은 모습을 드러낸다.
밤이 깊어질수록 달빛은 무르익고,
마치 밤하늘에 걸린 노란 등불처럼 세상을 밝힌다.
희디흰 낮달이 어둠 속에서 노란빛을 띠는 것은, 까만 밤하늘이라는 배경이 있어 가능하다.

언젠가 시골길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을 기억한다. 여리게 흔들리는 가로등 불빛은 적막을 밝히지 못했고, 그 깊은 어둠 속에서 무수한 별들이 반짝였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그 장면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고요한 빛으로 남아있다.

까만 밤이 없었다면 달빛도, 별빛도 제빛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어둠이 깔려야 비로소 그 빛들은 밤을 밝힌다.

아침이 오면 하루를 열고,
밤이 내리면 우리는 하루를 매듭짓는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짙은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것들을 보기 위함이다.
칠흑 같은 밤이 없었다면, 달도 별도 빛을 잃을 것이다.


혼자서 빛나는 것은 없다.

말갛던 하늘은 하루의 끝에서 서서히 어둠 속으로 침잠하고,
그제야 별과 달은 제 모습을 드러내 환히 빛난다.
어둠이 있기에 빛은 더 또렷해지고, 본연의 빛을 발한다.



나의 아이가 자신의 빛을 온전히 낼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저 까만 밤하늘이 되어도 좋으리.
어느 날, 그런 밤하늘의 별을 오래 바라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때로는 누군가에게 밤하늘이 되어 줄 것이고,
때로는 그 어둠 속에서 스스로의 빛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깊은 밤처럼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날도 마주하게 된다.
그런 날, 하늘을 올려다보듯 마음의 안쪽을 들여다본다면 그 속에서 선연히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빛과 어둠은 언제나 함께이고,
함께이기에 비로소 빛날 수 있다.
오늘 밤, 나는 그 단순한 진실을 다시 떠올려본다.



<빛과 색의 위로에 실린 사진은 모두 일상에서 제가 직접 담은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