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사이를 비추다

by 주홍빛옥상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소모되고 닳아 세월의 흔적을 남긴다.
세월에 닳는다는 것은 모든 사람과 사물, 존재하는 것들 위로 공기와 빛이 끊임없이 흐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래된 집과 건물의 벽과 담장도 빛과 공기, 빗물에 조금씩 깎이고 균열이 생긴다.

어느 순간, 이 커지고 허물어지면 우리는 다시 손을 보고 재정비를 한다.

그 순간이 오면 그동안 지나쳤던 것들의 의미를 반추한다.

단단한 땅의 갈라진 틈에도 씨앗은 자리 잡고
금이 간 담벼락 사이로 나무줄기는 뻗어 간다.
열린 창틈 사이로 빛과 바람이 스며들고,
빗물이 남긴 틈을 따라 작은 물길이 생겨난다.

균열의 틈에도 빛은 들고 공기는 흘러 생명은 다시 움튼다.
낡고 마모되어 생긴 틈이라 할지라도, 희망은 언제나 그 틈새로 자라난다.





나는 틈새로 스며드는 한줄기의 빛에 감동한다.
시멘트 바닥의 갈라진 틈 사이로 피어난 노란 꽃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나는 틈이 있는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틈은 세월의 흔적을 인정하는 마음이다.
나약한 인간의 부족함을 깨닫는 태도이다.
누군가는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완벽함을 바라겠지만 완벽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타인도 나 자신도 부족한 존재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서로를 돌볼 틈이 생겨난다.

옅은 겨울빛이 틈사이를 비추고, 갈라진 땅으로 빗물이 스며들 듯 사람의 온기와 마음도 스며들 틈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돌볼 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자연을 바라볼 틈,
내 곁의 그이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손을 내밀 틈,
틈이 있는 내가 너의 틈 사이로 스며들 수 있는,
그런 틈을 사랑한다.

빈틈이 없이는 채울 수 없다.
적당한 거리, 그 사이로 바람이 흐르고,

그 바람이 우리를 흔들어 깨우면
우리는 다시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

나는 너의 틈에서, 너는 나의 틈에서
작은 온기 하나, 다정한 마음 하나 나누며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틈사이를 비추는 빛처럼
우리의 삶의 작은 틈마다 그런 온기가 스며들어, 오늘을 다정히 감싸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