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에 온지 수개월이 지났다.
이삿짐없이 3주를 보내고, 이삿짐을 받고, 아이가 학교에 가고, 주변 마트며 장볼곳을 탐색하고, 가장 중요한 한인마트를 섭렵하며 한 두달이 훅 지나갔다.
주변에 한국 사람들을 만나면 반가움에 말을 걸고, 옆집에 누가 사나 기웃거리다가 이집트 아저씨와 말을 트고, 결국 딸아이의 외국인 친구 엄마와 통하지 않는 말을 열심히 해보고 있다.
이제 이곳에 생활이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뭔가 할 일을 찾기 시작했고,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빵을 만들고 , sns를 기웃거리다 오래전에, 언제 만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내 블로그를 발견했다.
잡초가 무성하고 한참을 방치된 뒷마당같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 인기척도 없을 뿐더러 지나간 새가 싸놓은 똥으로 군데군데 더렵혀져 있는 것 같아서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함 건드려 볼까?
함 잡초라도 뽑아볼까?
슬쩍 용기내서 글이라는 것을 써볼까.
마흔의 후반을 향해 가는 아부다비의 경단녀가 하루하루 조금씩 글을 써보면 방치되었던 뒷마당이 조금은 정리되고 꾸며질까. 글쓰기를 배워볼까?
잘못 건드렸다가 에라이~ 다시 다 뒤집어 놓을 것 같고, 한다고 했다가 하지 않을 내 게으름이 염려가 되지만 내 흔적을 조금씩 남기다 보면 발자국을 따라 길이 날 것 같은 희망을 가져보며 첫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