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생각보다 깨끗한걸? 여기 제주도야?”
아부다비 공항의 첫인상은 기대와 많이 달랐다. 택시를 타고 남편이 미리 계약해놓은 집으로 오는데, 도로로 깨끗하고, 야자나무같이 생긴 나무들이 즐비하다. 초록색하나 없는 건조하고 푸석한 도시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푸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아직 힘 있을 때 가서 고생하자!” 라고 마음먹고 왔는데, 깨끗하게 정비되있는 아부다비를 보니 긴장이 풀어지고 안심이 됬다.
아부다비의 외관은 전체적으로 깔끔한 신도시 느낌이다. 유명한 호텔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이어진다. 가로수마다 물 공급을 위한 호스가 심어져 있고, 곳곳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코니쉬라고 불리는 해변도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있어서 자전거, 보드 같은 운동을 하거나, 일광욕, 소풍을 나온 사람들로 항상 활기차다. 차가 막히는 일은 거의 없이 도로는 시원시원하게 뚫린다. 명품 가게가 즐비한 대형 쇼핑몰도 아부다시 시내에만 대여섯군데다. 버스정류장마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고, 여름에도 시원한 몰 안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길거리는 항상 깨끗하고, 휴지조각 하나 없다. 이곳이 사막이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어느날, 코니쉬 도로를 지나가는데, 건물 창문에 줄줄이 메달려있는 것이 있었다. 빨래다! 그 옆에 깨진 유리창도 보였다. 갑자기 안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쇼핑몰에 있는 화장실을 가면 그 안에서 상주하고 있는 청소부를 볼 수 있다. 기다리고 있다가 한 사람이 볼 일을 보고 나오면 들어가서 청소를 한다. 그 사람은 계속 그 일을 한다. 그나마 실내에서 일하니 화장실이라도 좋은 거다. 낮에 길을 걷다보면 야자나무 그늘 아래 앉아 쉬고 있는 근로자들을 본다. 한 눈에 봐도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온 외국인이다. 그들은 일년 내내 그곳을 청소한다. 한 여름 40도가 넘어가는 타는 듯한 태양 아래서도 회사에서 제공한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청소를 하고 있다.
아부다비는 계속 확장되고, 발전하고 있는 도시다. 새로운 건물을 곳곳에 짓고 있다. 신축 건물이 들어서면 발빠른 부자들이 이주를 하고 기존 건물에는 그 다음 부자들이 들어선다. 그렇게 이사의 도미노가 이어지면 마지막 값어치가 떨어진 건물에는 파키스탄, 필리핀, 인도, 아프리카 등 제3국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이다. 한 달에 30~40만원 정도 월급을 받고 그것마저도 집으로 보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거기에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
이곳은 철저히 계급사회다. 이곳 현지인은 전체의 10~15%정도가 주로 왕족, 귀족으로 경찰과 고위 공무원이다. 그 다음은 현지 파견 온 외국인들이다. 백인들은 고액연봉을 받고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한국인들은 k-pop이나 k-드라마의 영향으로 인식이 좋다. 대부분 회사 파견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깔끔하고 똑똑하다는 이미지가 심어져 있다. 나머지 전체 인구의 70~75%가 제3국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마트 점원, 호텔 직원, 청소, 배달, 메이드, 내니 등 구석구석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한다. 다른 나라보다 월급이 괜찮아서 이리로 몰린다고 한다. 어떤 분이 “이곳은 모든게 싼 것부터 비싼 것까지 수준별로 있어요. 어떤 것이든 내가 어떤 수준으로 살지만 결정하면 되요.”라고 했다. 진짜 그렇다. 마트도 제3국 사람들이 가는 저렴한 마트부터 백인들이 주로 가는 비싼 마트까지 다양하다. 도로에는 노동자들의 전동스쿠터부터 몇 억을 호가하는 비싼 자동차까지 다니고, 심지어 호텔을 오고가는 헬리콥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부다비에 살다 보니 모든 것에 이면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중동이라고 사막먼지만 날릴 것이라는 내 편견도 깨졌다. 화려한 도시에서 한 발짝만 안으로 들어가면 제3국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있고, 높이 솟은 건물도 자세히 보면 깨진 유리와 벗겨진 페인트로 초라한 면이 있다.
안방 창으로 내다보면 7성급 펠리스 호텔과 바다가 보인다. 거실쪽 창으로 보면 아부다비 시내가 보인다. 처음에는 액자 속 그림같아 신기하고 멋지다고 넋놓고 보던 풍경이다. 이제는 좀 더 자세히 보게 된다. 저 구석에 또 다른 면이 있을꺼다.
속지말자 아부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