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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원 Jan 19. 2017

사랑이 떠나고 일 년

사랑이 떠나고 일 년


낯선 이 가 지나쳐 간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이다.

어느덧 이별이 일 년이 되어간다.

가끔은 생각나기도 하지만 더 이상 내 삶을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득 떠오르곤 하는 기억은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현실감이 없다.

“그것 봐. 너 기억도 제대로 못하잖아. 네가 무슨 감정이었는지. 내가 뭐라고 했어,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했잖아.”

“그러게, 신기하네. 뭐 어쨌든 지금 잘 살면 되지.”

아무런 감정 없는 문장.

한 편으로는 잘 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녀석의 말에 나는 씁쓸했다.

정확히 일 년 전 그놈은 숨을 못 쉴 거 같다며 나를 찾아왔다.

몇 년을 만났던 애인과 헤어진 것이다.

남자 녀석이 눈물 콧물에 얼굴은 다 죽을 것처럼 낯빛이 마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 같았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보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 아픔을 알지만 안다고 그것에 대한 백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그 병에 걸리면 똑같이 아플 수밖에 없다.


매일 같이 찾아오는 그 녀석의 술친구가 되어 줄 뿐이다.

사랑이 뭔데 이렇게 힘드냐며 그녀를 원망하기도 하고 자책을 하기도 했다.

죽겠다고 죽을 것 같다고 하기도 했지만 죽지 않았다.

매일 같이 찾아오던 그 녀석의 발길은 점차 줄어갔다. 마치 아픔의 길이가 줄어가듯 말이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생활로 돌아갔다.

나도 그렇게 잊고 있다가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물어본 것이다.

그때가 생각나지 않느냐고.

그 녀석은 자신이 그땐 어렸다며 바보 같았다고 말한다.


잊어야 할 사람을 잊어주는 것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배려라는 가면을 쓴 사랑일지도 모른다.나는 그 배려의 가면을 쓴 채 그녀를 보내고 오랜 시간을 인내했다.내 안에 있는 감정은 결코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멀어진 시간을 다시 이곳으로 끌어올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때의 감정도 마음도 부정하는 우리들의 모습도 존재한다.

사람은 변한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는 변하지 않는다. 과거의 나도 변하지 않을 테고 그때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늘 변한다.

시간은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변하는 우리만 있을 뿐이다.   

오랜만에 길을 걷는데 누군가의 뒤로 진한 알코올의 빨간 장미꽃향기가 흩날린다.

저 많은 사람 중 누군가 남겨놓은 것이 분명하다.

달콤한 향기가 전두엽을 깨운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향기를 따라 누군가의 뒤를 쫓는다.

마치 기억을 쫓는 사람처럼 말이다.

하지만 향기는 여러 개의 향기로 뒤섞여 어느새 사라지고 만다.

덩달아 기억도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나는 뇌의 한 조각을 잃은 사람처럼 길가에 한 참을 서 있는다.

그리곤 다시 가던 길로 돌아선다.

기억은 다시 현재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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