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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철 Oct 01. 2015

에이젼시는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할까?

간만에 글을 씁니다.


올 초에 굳은 결심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마음이 흐려진 것은 아니지만, 마음과 정신의 짐이 잘 가꿔가려던 블로그에 힘을 쏟기 어렵게 했네요. 물론 변명입니다. 항상 현실에 대한 두려움은 변명이라는 변종 열정을 태어나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변화가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 client side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봐왔던 클라이언트의 업무를 다른 각도로, 정확히 좀 더 깊은 시각으로 체득하고 있습니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 업무를 하며 제가 기존에 하던 일 역시 조금 다른 각도로 바라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즉, 클라이언트를 에이젼시 측면, 좀 더 정확하게는 종합광고대행사에서 바라보던 상황에서 이제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바라보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중 가장 크게 다가온 생각은, ‘에이젼시의 미래는 무엇일까?’에 대한 부분입니다. 


기본적으로 에이젼시(종합광고대행사)의 역할은 통합적 대행이라는 측면이 컸습니다. 전략 기능이라는 이름을 중심에 두고, 벤더를 통합하여 리드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할에 전략이라는 역할을 덧입혔던 것이죠. 덧입혀다고 역할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전략기능과 통합 기능, 그리고 벤더에 대한 관리 기능(+계약, 저작권 등 법리적 해결과 기타 등등의 일)으로 자리를 잡아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사이드의 변화는 이미 에이젼시가 깨닫지 못하는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선, 기존의 전략기능은 에이젼시 입장에서 여간 노력하거나 오랜 관계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그 업계의 위대한 전문가가 아닌 이상, 클라이언트의 고민을 넘어서기 힘듭니다. 특히 기능적으로 분화되고 인력이 갖춰진 ‘조직화 된 클라이언트’일 수록, 에이젼시 입장에서 전략을 속칭 ‘맞다이’떠서 넘어서기 쉽지 않습니다.

이 경우, 크리에이티브와 통합, 운영을 무기로 에이젼시는 사실 상 그 역할을 찾아왔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통합과 운영, 혹은 통합적 운영이라는 측면은 종합광고대행사 등이 주장하는, 혹은 수행하는 핵심 역할이기도 했죠(미디어 바잉 파워 등 미디어적 측면도 있지만, 이는 미디어에이젼시라는 다소 특화된 에이젼시를 통해서 바잉 파워를 확보하는 사례가 빈번해졌으므로 논외로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들에 있어 변화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측면이 수 많은 우수한 부띠끄 에이젼시의 등장, 프로덕션의 자체 제작능력 보유라는 측면과 함께,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에 특화되고 비용효율적(?)인 협력사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물론 이런 흐름에 종합광고대행사의 CD분들도 창업 등을 통해 합세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심지어 종합광고대행사마저 이런 곳들을 통해 제작에 대한 초기단계부터 외주화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즉 클라이언트가 조금만 더 발품(?)을 팔고, 조금만 불편함을 감수하면 효율적인 비용으로 우수한 크리에이티브 부띠끄 pool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통합적 운영이라는 측면 역시 이제는 더 이상 통합 운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조직도, 느리기는 하지만 업무가 세분화, 조직화, 게다가 거대화되면서 하나의 에이젼시 조직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마만큼 해당 직무에 해당되는 에이젼시 pool도 잘 갖추게 되었고, 구매팀(procurement)이 잘 조직된 곳에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pool은 매우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소셜미디어 등 earned media를 통한 기업의 미디어화, 모바일을 통한 앱, 카카오톡 등은 클라이언트가 직접 운영할 수 있는 미디어라는 편리함과 효율성, 그리고 속도를 배가시켜 주고 있습니다(특히 내부적, 혹은 계열사에 SI조직이나 기타 IT 관련 지원조직을 갖추고 있는 경우, 더 이 경향은 심해지고 있습니다)


위의 이야기에 확장으로, 클라이언트 인력 역시 실무와 전략을 두루 갖추고 있는 에이젼시 인력들로 많이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에이젼시를 배제하고 능력있는 협력사, 혹은 벤더를 섭외하여 업무를 진행합니다. 현장에 더욱 가깝고, 본인 역시 현장에서 멀어지지 않아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많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죠.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저도 대행사에 있었지만, 대행사 출신의 광고주가 더하고들 하죠?더 이상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벤더의 업의 확장, 혹은 서비스의 확장 역시 에이젼시가 아닌, 클라이언트의 업무를 줄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대형 미디어(포털이건 소셜이건)들은 내부적으로 영업조직을 중심으로 마케팅 플래닝 조직이나 심지어 제작 지원 조직을 갖추고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직접 영업을 시작한지 꽤 되었지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등장입니다. 에이젼시는 속칭 ‘돈이 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영역을 애써 외면하였고, 커지지 않을 시장이라 보았으며, 그 이유로 ‘브랜드 혹은 브랜딩’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물론 브랜딩 중요합니다. 요즘처럼 POD(point of Difference)를 만들어 내기 어려운 시점에 브랜드가 주는 심리적 심지어 심미적 가치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효용, 효율이 중요시 되고, 더군다나 그 트랜드가 경제 불황과 맞물려 있는 시점에 ‘돈을 벌 수 있는 마케팅’에 관심을 갖지 않는 클라이언트가 얼마나 될까요? 그럼에도 에이젼시는 그 영역을 여전히 돈이 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으며, 맡는다 하더라도 수익성이 commission 대비 열악할 수 밖에 없는 FTE(full time employment)를 통한 fee로 옮겨가며 애써지켜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에이젼시가 기존에 본연의 역할이라 이야기하던 것들 중 어느 것을 지금도, 아니 혹은 가까운 미래에 본연의 역할이라 할 수 있을까요? 아마 쉽지 않을겁니다.

저는 그래서 앞으로의 에이젼시가 가져가야할 미래 중 하나로, 인력에 대한 투자 외에 시스템을 통한 투자와 경험의 축적을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광고대행사, 혹은 에이젼시는 ‘인력에 대한 투자 사업’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단순히 크리에이티브 중심의 업의 본질을 주창하다 보니, 당연히 이노베이티브한 혹은 눈길을 사로잡는 크리에이티브를 낼 수 있는 사람들 확보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죠. 맞습니다. 그 부분 중요하죠. 여전히.하지만 그 부분의 비중은 앞으로는 크지 않을 겁니다. 아니, 개인적으로 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에이젼시 역시, 이제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그것이 빅데이터이건, R&D이건-중심으로 변화되어 가야하고 축을 이동해야 합니다. 한번의 캠페인을 성공 시키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데이터의 축적과 이를 근간으로 하는 마케팅 기획 수립, 그리고 정확한 예측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춘 조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체적인 미디어 혹은 미디어 신디케이션 등을 통해 영향력 있는 미디어를 확보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그것이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콘텐츠의 흐름을 리드할 수 있는 채널, 미디어를 보유하지 않고는 이제는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미디어가 메시지다 라는 말을 구태여 이야기 하지 않아도, 이제 이것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또 하나 고려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전문성을 보유한 특화된 에이젼시화 되는 것입니다. 글로벌 에이젼시 그룹들이 전문화 된 자회사를 두고 네트워크화 하고 있는 추세에서 가능성을 볼 수 있을 듯도 합니다. 물론 이 부분은 콘텐츠 크리에이팅이나, 특정 미디어 전문 운영회사 등 굉장히 전문화될 수 있는 영역으로 구축되어야 하나, 이 분야 역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곳이라 성공 가능성 까지 논하기에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 모든 예측을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는 곳이 있길 기원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에이젼시 업의 구조로는 이제 살아남기 힘들거라는 것에 조심스레 한 표 던져 봅니다.


간만에 글을 썼는데 주절주절 길어졌네요.


편안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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