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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힐데 Jun 06. 2021

온라인 vs 오프라인 관계

식물도 소셜 네트워킹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양한 화학물질을 내뿜어 주변 식물이나 미생물 등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자기 방어력을 키워나간다는 것이다.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적극적인 관계 맺기가 혈연관계가 있는 식물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관계를 통해 자신의 외연을 전향적으로 넓히는 것은 인간이 향유할 수 있는 매력적인 특권 중 하나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관계 확장도 가능하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문자나 톡으로 소통하는 걸 편하게 생각하는 나는 비대면 관계를 맺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그럼에도 궁금하다. 과연 온라인을 통해 맺어진 관계는 오프라인 상 만남보다 피상적인 인연에 머무르게 될까? 관계의 밀도와 지속성 면에서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능가할 수 없을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한 관계 망은 어떤 빛과 향기를 띠고 있을까? 관계의 감가상각 속도를 늦추는 데 어떤 매개가 도움이 될까? 다양한 층위의 관계 양상에서는 어떤 음악이 들릴까?


온라인으로만 맺어진 인연이 조금 된다. 블로그 이웃님들 중 서로 댓글을 주고받는 몇몇 분들과, 스터디 멤버로 인연을 쌓아 온라인으로만 뵈어온 분들. 이 분들 중 직접 만나서 소통해본 분은 아직 없다.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다면 좀 더 내밀한 관계로 인연을 승격시킬 수 있을까?




관계를 의미하는 영어단어인 ‘relationship’은 ‘물건을 옮기고 옮겨 온다’는 의미의 라틴어 'Latio'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여기에 ‘re'라는 접두어가 붙어 이러한 움직임이 무한 반복되는 사이가 바로 관계인 것이다. 관계는 고정불변의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나고 종결된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역동성’이라는 특성은 썩 잘 표현하고 있는 단어인 듯싶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관계의 장에 놓인다. 언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는 것이 가능한 연령에 이르기 전까지는 우리는 이 맥락에서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가족, 친족, 사제’와 같은 형태가 이런 관계의 대표주자 격이다.


또래집단이라는 소규모 사회에 입문하게 되면, 유독 자신과 주파수가 맞는 벗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때부터 친밀감 높이기를 향한 주도적인 관계 설정이 시작된다. 적극적인 관계 맺기와 행복이 양의 비례 형태를 띠는 1차 함수 구조를 지닌 이들은 자신의 라이프라인에 한 명이라도 더 포섭하는 것을 유예하지 않는다. 영원히 불포화 상태일 수밖에 없는 욕망을 채운다는 관점에서 볼 때, 이런 노력은 충분히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다.


물론 소유 양식이 아닌 존재양식으로 관계에 접근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알고 지내는 이들의 규모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교류하는 이들과의 밀도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검증되지 않은 타자를 삶의 울타리 안에 넣는다는 것이 오류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관계 설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함께 하는 소중한 이와의 추억, 그들과 함께 해 온 시공간과 그 3차원을 가득 채운 오감 경험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의미 있게 남는다는 거다. 이런 면에서 온라인 관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 상 인연만을 통해 형성해온 네트워크는 애틋한 추억과 상호 교감 교류에 있어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온라인을 통한 만남은 큰 이점이 있다. 공간의 제약을 가볍게 뛰어넘어 우정을 쌓을 수 있다. 나이차에 덜 민감할 수 있다. 공통 관심사 등 교집합을 기반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에 좀 더 끈끈하게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얼굴 보기를 미루는 오프라인 인연보다 만남의 빈도를 높여나갈 수 있다.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도전적인 숙제가 있다. 오로지 완전함을 향한 지적 유희를 즐기는 사람들! 《반지의 제왕》이 다듬어지고 《나니아 연대기》 상상력의 모태가 되었던 드림팀, 옥스퍼드 대문호들로 구성된 ‘잉클링스’와 같은 끈끈한 인연을 만드는 거다.


100% 온라인으로만, 100% 오프라인으로만 인연을 맺고 지속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온라인으로 시작해서 오프라인으로 관계를 다지는 것이,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관계망의 형태 같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멋진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 만큼 일단 나 자신의 내공부터 단단하게 다져놓을 필요가 있다.


이 글에 맞는 그림 하나 그려달라고 막내딸에게 애걸복걸해서 간신히 한 장 얻었다. 성의 없는 5분짜리 그림 중에 등장하는 '나'가 엄마인 내 모습이란다. 내가 이렇게 생겼냐고 반문하니 지금 내 모습이 버섯돌이 같다며 버섯 사진을 보내준다. 이래서 내가 비주얼을 관리하고 만나야 하는 오프라인 관계보다는 있는 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도 되는 온라인 관계를 편하게 느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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