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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힐데 Jun 13. 2021

삶에의 고투

최근 한 달 동안 이름 석자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저명인사들께 연락드릴 일이 종종 있었다. 내 제안이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망설임과 두려움 두 스푼, 책과 TV로만 만나본 분들과 직접 소통한다는 두근거림과 설렘이 두 스푼 정도 버무려진 감정으로 가득 찼다.


행운은 나의 편이었다. 지난달에 컨택했던 분들은 대부분 다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셨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전혀 배려해드리지 못한 것도 그분들께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에이전시를 통했더라면 결코 불가능했을 일을, 열정과 진정성으로 해낼 수 있었다.




이번에 컨택하게 된 분들은 좀 더 도전적인 상황에서 접촉해야 했다. 주어진 시간은 불과 일주일. 지난달에 준비한 회의는 3주 정도 넉넉하게 시간을 갖고 초청하고 싶은 분의 일정에 맞춰서 탄력적으로 일정을 조율할 수 있었는데... 이번 행사는 2~3일 안에 일정을 확정해야 하기에 마음이 바빠졌다.


지시를 받고 유명인사의 연락처를 수소문하다 출장길 기차를 놓쳤다.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실수를 할 만큼 마음이 바빴고 심적 여유가 없었다. 과연 가능하기는 할는지 의구심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어렵게 구한 연락처로 금요일 늦은 오후에 조심스럽게 긴 문자를 드렸다. 주말 동안 이 분과 배우자분께서 출연하신 영상과 책을 다시 살펴보면서 화살기도를 드렸다. 냉담한 지가 꽤 되지만 꼭 이렇게 다급한 일이 생기면 잊고 지냈던 신념과 영성이 돋곤 한다.


월요일 오전에 회신이 왔다. 워낙 저명하신 분이라 거의 반포기 상태였는데, 가슴이 콩닥거렸다. 전화를 드려 상황을 설명드렸다. 마침 그날은 남편분 백신 접종일이라 일정을 비워두셨다고 했다. 부부께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사회적으로 유익한 일을 많이 하시는 것으로 유명한 분들인 데다 금슬까지 좋기로 평판이 자자하신데, 소문을 더욱 절감하게 됐다.




첫 성공을 긍정 신호탄으로 삼아 호기롭게 다음 분들께 컨택했다. 다들 내가 책과 세바시 등을 통해 글과 말로 만나 뵌 분들이다. 이 분들이 쓰신 글과 이분들이 건네주신 말로 큰 위로를 받고, 강한 깨달음을 얻었기에 이 분들 중 단 한 분이라도 회신을 주신다면 좋겠다는 기대로 가득 찼다.


세 분께 연락을 드렸는데 세 분 모두 만 하루를 넘기지 않고 회신을 주셨다. 제일 만나 뵙고 싶었던 분은 이미 오래전 확정된 지방 일정이 하루 종일 있어서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양해를 구하셨다. 어찌 보면 무례한 부탁일 수 있는데 이렇게 예의를 갖춰 회신을 주시는 것을 보면서 고매한 인품에 더욱 감동했다.


다음으로 만나 뵙고 싶었던 분은 지금 섬에 계셔서 서울행이 어렵다고 하셨다. 이 분의 최근 행보를 지켜보니 살고 계신 지역을 중심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셨다. 아쉬움이 컸지만, 신속하고 친절하게 회신을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마지막으로 연락드린 분께서는 잠깐 고민하셨다. 이미 준비된 일정이 있으셔서 일정 재정리에 시간이 필요하신 듯했다. 참석여부를 결정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이 분을 설득하고 싶어서, 간곡하게 이 회의의 취지를 길고 장황하게 설명드렸다. 간곡한 내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기만을 바라며 초조하게 회신을 기다렸고 드디어 몇 시간 후에 긍정의 답을 받았다.




자문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현장 스케치를 위해 함께 한 언론을 보면서 잠깐 당황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상황 설명을 해 드리니 모두 이해하셨다. 마무리가 된 후 각 전문가분들을 한 분씩 수행하면서 출구까지 안내해 드렸다. 나는 화살기도의 주인공 분을 전담했다.


행사장에서 출구까지 이어지는 2~3여분 동안 그동안 읽었던 이 분의 책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나의 팬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전문 에이전시에서 요구했던 금액의 1/20 수준밖에 드리지 못하는 송구함이 조금이라도 메워지기를 바라면서.


마지막에 헤어질 때 이 분께서 꼭 포옹해주셨다. 애독자라서 더욱 만남이 반가웠다는 말씀과 함께. 예상치 못했던 따뜻한 작별인사에 울컥해졌다. 나보다 딱 12살 많으신 분이다. 나와 같은 토끼띠.


12년 후 나도 누군가에게, 이 분이 주셨던 온기만큼 따뜻한 기운과 긍정의 에너지를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싶다. 내 글과 내 말로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 싶다. 


내 손길이 도움되는 곳이라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별다른 경제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기여하고 싶다.

이번에 내게 큰 감동을 주셨던 이 분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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