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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힐데 Nov 12. 2021

슈퍼 우먼의 뒷모습

이틀에 걸쳐 국제행사를 진행하면서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두 명의 외국인 여성을 만났다. 한 분은 7개 국어를 구사하는 OECD에서 국장으로 재직 중인 글로벌 인재다. 다른 한 분은 내노라하는 다국적 기업의 CEO다.


성공을 거둔 이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고난이 없는 인생이 없을 텐데, 대다수 사람들이 손쉽게 포기하는 여정에서 불굴의 의지를 발휘하는 그들의 저력 뒤편에는 어떤 힘이 자리하고 있는 걸까? 그들만이 갖고 있는, 범인이 갖지 못한 역량은 무엇일까? 어떤 차이가 평범함과 비범함을 가르는 걸까?




두 명의 여성 리더와 만나면서 평소에 갖고 있던 이런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를 얻고 싶었다. 첫째 날, OECD 국장과 통역 없이 면담을 진행해야 해서 사전 공부를 했다. OECD 측에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한국이 평생교육, 직업교육 등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했는지 궁금하다고 미리 질문지를 건네서 그나마 초점을 맞춰 자료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사전 준비를 열심히 한 결과 면담은 상호 만족스럽게 진행됐다. 감탄사는 이후 이어졌다. 파리에서 방한하자마자 시차에 적응할 새도 없이 이 분은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었다. 나와 미팅 후에도 다른 면담이 잡혀 있었고,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무척 피곤해 보였지만, 힘들다며 징징대는 대신 묵묵하게 어깨 위 부담을 기꺼이 견뎌내고 하나하나 해치우고 있었다.


그렇다면, 강철 체력과 체력을 상회하는 초강력 멘털 관리가 성공의 비법일까?




둘째 날, 세바시에서 이미 만나봤던 분을 직접 만나 가볍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세바시 영상 중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비슷하게 출발하는 남성과 여성이 최고위 관리직에서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슬라이드였다.


달리기 출발선에 선 여성과 남성. 남성은 달리기에 무난한 양복차림에 구두다. 여성은 치마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있다. 게다가 여성의 앞에는 요리, 빨래와 같은 각종 집안일이 산적해 있다. 달리다가 넘어지지 않기가 쉽지 않고, 설사 무사히 달린다 해도 속도 면에서 남성을 따라잡기란 구조적으로 어렵다.


육아와 회사일을 병행하면서 여성으로서 고충을 누구보다도 심하게 겪었을 게다. 나 역시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잠 한 번 푹 자보지 못하고 회사일과 육아를 감당했기에 큰 공감이 되었다. 이 분의 세션이 끝난 후 작별인사를 나누다 사진을 찍었다. 찍은 사진을 톡으로 보내주니 고맙다는 톡이 바로 도착했다. 


CEO라면 엄청 바쁠 텐데 오늘 사무실로 복귀해보니 감사 이메일이 와있었다. 나 역시 정성을 담아 바로 회신을 보냈다. 그런데 이 분은 나보다 백 발자국쯤 앞서 있는 분이 틀림없다. 퇴근무렵 확인해보니 내 메일에 대한 회신이 또 도착해 있었다. 머리 쥐어짜서 다시 영어 메일 보낼 엄두가 나지 않아, 난 조용히 창을 닫았다.


아무리 바빠도, 해야 하는 일을 미루지 않고 인연 맺은 이들과 소통에 적극적인 게 성공의 비법일까?




두 가지 나름의 교훈을 얻고, 당장 오늘 실천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2박 3일 강행군을 해서인지 체력이 바닥났다. 피곤에 찌들어 연신 눈이 감긴다. 강철 체력을 갖추는 것도, 초강력 멘털 관리도 역시나 쉽지 않다. 그래서 아무나 성공하는 건 아닌가 보다.


이틀간 포럼 동안 내가 담당했던 세션에 참여한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명함을 교환했다. 연락처를 핸드폰에 담고, 이 분들과 나눴던 소소한 이야기 등을 간략하게 기록해두고, 포럼 참여에 대한 감사인사까지 보내겠다는 게 계획했던 일정이었다.


생각했던 것의 절반도 채 해내지 못하고 하루가 흘러갔다. 물론 포럼 후속조치 외에 다음 주에 있는 주요 회의도 준비해야 해서 불가피했다고 소심하게 변명을 해본다.


그럼에도 슈퍼우먼까지 되지는 못하더라도, 슈퍼우먼 곁에서 이렇게 신선한 자극을 받는 건 늘 신난다. 이렇게 부지런히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10년, 20년쯤 후엔 큰 바위 얼굴을 흠모했던 어니스트처럼 나 역시 꽤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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