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에 찐 관심을 갖게 된 건 4년 전, 2017년 여름이다. 밤샘 업무를 하게 되며 우연히 이야기를 나눴던 직장동료는 파리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가 전해주는 파리이야기는 내가 대학생때 배낭여행으로 며칠 경험했던 피상적인 모습 그 이상이었다.
40대 중반을 앞두고 있는 내가 불어 배우기를 시도한다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마침 프랑스뿐 아니라 불어를 사용하는 프랑코폰 국가들과 협력하는 업무도 여럿 있었기에 업무전문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도 꽤나 괜찮은 선택지로 느껴졌다.
그 날 밤, 실천력이 무한대에 가까운 내 장점이 십분 발휘됐다. 불어 관련한 몇 개 동영상을 찾아본 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원스쿨이라는 곳을 통해 패키지 강좌를 덜컥 결제했다.
사실, 내 인생에서 불어배우기 도전은 그 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2015년 여름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불어권 퀘벡지역을 여행한 직후 프랑스어의 매력에 빠져 유튜브를 찾아보며 알파벳을 익혔던 적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열정이 식어 자연스럽게 공부는 중단됐다.
그럼에도 불어를 접할 기회는 계속됐다. 2016년 11월, 새 보직을 맡자마자 다음날 바로 이집트로 떠나게 됐다. ADEA라는 아프리카 교육장관협의체에서 수석대표로 역할할 때, 영어라는 언어 하나 자신있게 구사하는게 쉽지 않았던 나와 달리 불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번갈아쓰는 유럽이나 아프리카 참석자들을 보며 큰 자극을 받았다. 국제기구 자료는 모두 영어와 불어 버전으로 제공되었고 동시통역은 아랍어까지 3개가 제공되었다.
그러나 신규 업무를 익히느라 너무 정신이 없을 때라 언감생심 새로운 언어 배우기는 감히 넘보지 못할 목표였다. 하지만 프랑스어에 대한 관심의 불씨가 있었기에 불어를 접할 때마다 내 가슴은 마구마구 뛰었다.
2017년 3월, 세네갈 교육부장관과 양자회담에 함께 자리하신 주 세네갈대사님이 자연스럽게 불어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시는 걸 보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해 말 켈리 최님이 쓰신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라는 책도 내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어댔다. 같은 한국 여성으로 그 분들처럼 뜨겁게, 빛나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2017년 : 불어 공부 원년
MBTI 성격유형 검사를 하면 ENFJ로 분류가 된다. 계획 세우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동안 불어공부 계획을 세운 것만도 엄청나다. 처음 세웠던 계획은 밤샘하며 결제했던 시원스쿨 왕초보 시리즈 공부 일정이었다. 불어를 제대로 처음 접해보는 거라 얼마나 어려운 언어인지도 모른 채 목표도 꽤나 담대하게 세웠더랬다.
[프랑스어 학습 목표]
1. 5년 후 불어권 사용 국가 근무 시 불어로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다
2. 18년 이후 국제회의 참석 시 불어권 국가 대표의 발언을 이해할 수 있다
3. 9월 이후 파리 국제대학촌 업무 처리 시 불어로 가벼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프랑스어 스터디 2017년 8월 26일~2018년 2월 19일]
- 교재 : 시원스쿨 기초프랑스어 10개 수업 (총 202강좌)
1) 프랑스어 왕초보탈출 1탄 : 총 21강좌
2) 프랑스어 왕초보탈출 1탄 : 총 25강좌
3) 프랑스어 왕초보탈출 1탄 : 총 25강좌
4) 여행 프랑스어 : 총 10강좌
5) 15분 완성 발음특강 : 총 11강좌
6) 왕초보 어휘 마스터 : 총 20강좌
7) 쏙쏙 동사 마스터 : 총 20강좌
8) 기초 프랑스어 회화 1탄 : 총 25강좌
9) 기초 프랑스어 회화 2탄 : 총 25강좌
10) 초중급 핵심 문법 : 총 20강좌
매일 2강좌, 일요일 복습을 기본 원칙으로
추석 전까지 왕초보탈출 1~3탄 1회독 (매일 2강씩)
추석 기간 중 어휘/동사 마스터 (매일 4강씩)
추석 후 10월 3주간 여행/발음 (매일 1강씩) & 왕초보 복습(매일 1강씩)
11월 기초프랑스어 회화 1~2탄 (매일 2강씩)& 왕초보 복습(매일 1강씩)
12월 초중급 핵심문법 (매일 1강씩)& 왕초보 복습(매일 1강씩)
#2018년 상반기 : 불어공부 1년차
6개월 수강 종료 후, 2018년 홀로하는 공부가 지지부진하자 시원스쿨 불어 패키지를 재구입해서 다음과 같이 스터디 플랜을 세웠다. 내 계획의 특징은 원대한 계획에 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실천여부가 거의 기록되어 있지 않다. 보통 한껏 고무되어 무리한 계획을 잔뜩 세우기에 대부분 첫날부터 계획이 어그러질 때가 많다. 이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ㅇ3월 23일-31일 (9일)
- 왕초보탈출 3탄 Lecon 11-25 (매일7강씩, 일욜까지)
- 어휘, 포인트테마, 여행, 발음 총51 (매일8-9강씩, 31일까지)
ㅇ4월
- 기초 문법 & 회화 총 112강좌 / 매일 4개씩
ㅇ5월
- 동사 & 중고급문법 & 실전 및 레벨업 회화 총 100강좌 / 매일 3-4개씩
ㅇ6월
- DELF A2 & B1 총 70강좌, 매일 2-3개씩
# 2018년 하반기 : 불어공부 2년차
복습은 하지 않고 무조건 새 책으로 공부만 해대니, 뭔가 열심히는 하지만 당최 실력이 쌓이지 않는 내가 안타까웠는지 큰 딸이 제발 복습 좀 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딸의 조언을 받아들여 그해 여름엔 공부량을 좀 조절했다. 이것저것 벌이기보다 기초를 좀 더 다지는 데 충실하고자 했다. 스터디 버디를 찾아서 인증샷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홀로하는 공부에 종지부도 찍었다.
ㅇ2018년 8월 학습 목표 1) 매일 6문장을 암기한다 - 프랑스어는 뻔한 패턴의 반복이다 part 02 매일 한개씩 - 프랑스어는 뻔한 패턴의 반복이다 part 01 매일 한개씩 복습
2) 시원스쿨 온라인 강좌를 수강한다 - 톡톡 실전회화 매일 1강좌씩 수강 - 포인트 테마 어휘 매일 1강좌씩 수강
3) 기초 문법을 탄탄히 다진다 - 중급 문법 작문 매일 1강좌씩 복습
ㅇ학습 점검 - 스터디 버디에게 쁘뻔패 암기분과 테마어휘 학습 인증샷 톡 송부 - 다국어지존 카페에 쁘뻔패 쉐도잉 동영상 탑재
# 2019년~2020년 : 불어공부 3년차+
2019년에는 첫 책을 내면서 5개 외국어를 공부하는 컨셉을 유지하고 싶어서 불어 외에도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를 모두 <뻔한 패턴의 반복이다> 앱으로 공부했다. 2019년에는 여러 언어를 동시에 공부하니 어떤 것 하나도 제대로 익히지 못해 아쉬움이 큰 해였다.
마구잡이식 비체계적인 외국어공부와 결별하고, 김원곤 교수님의 조언을 따라 인증시험을 보면서 제대로 된 실력을 쌓아보자고 결심했다. 2019년 12월, 일어 시험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드디어 불어시험을 봐야겠다는 용기를 냈다.
DELF 시험 준비를 위해 5월에 델프랑을 결제했다. 하지만 역시나 온라인 수업을 수강만 했지 시험 볼 준비는 전혀 갖추지 못했다. 작년 말 넥서스 교재를 구입해서 자율학습에 들어갔다. 2020년에는 일어공부에 좀 더 주력했지만, 코로나로 7월, 12월 시험이 모두 취소되어 역시나 아쉬움만 잔뜩 남긴 해였다.
[2020년 5월 31일 계획]
5.31(일) 델프랑 듣기2, 독해2, DELF ~p.55
6.1(월) 델프랑 말하기2, 쓰기2, DELF ~p.61
2(화) 델프랑 듣기3, 독해3, DELF ~p.69
3(수) 델프랑 말하기3, 쓰기3, DELF ~p.73
4(목) 델프랑 듣기4, 독해4, DELF ~p.77
5(금) 델프랑 말하기4, 쓰기4, DELF ~p.81
6(토) 델프랑 듣기5, 독해5, DELF ~p.85
7(일) 델프랑 말하기4, 쓰기4, DELF ~p.92
[2020년 12월 3일 계획]
시험일: 21년 3월20일(토)~21(일)
넥서스 DELF A1 교재 210p
1) 1회독 : 영역별 2p씩 총 8p, 27일
2) 2회독 : 영역별 4p씩 총 16p, 14일(총 41일)
3) 3회독 : 영역별 6p씩 총 24p, 10일(총 51일)
2021년에는 불어시험 응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극에 달했다. 공부한다는 소문은 크게 퍼졌는데, 내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공인된 결과표가 전무했다. 7월에 일어시험 JLPT N2를 치르고, 8월 한국사능력검정시험까지 치른 후 이제 불어시험에 매진하기로 했다. 물론 일어시험 JLPT N1도 함께 준비해야했기에 불어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시원스쿨 정일영선생님 A1 교재로 공부하다, 조금 자신감이 생겨 A2 교재도 구입했다. <귀가 열리면 입이 열린다>와 <내게 특별한 프랑스어 어휘를 부탁해>까지 구입하니 공부해야 하는 분량이 너무 많아져, 결국엔 시험용 공부와 거리가 멀어졌다.
공부하지 못할 이유가 왜 이리 많은지. 일이 바쁘면 쉬고, 다이어트용 운동하느라 시간이 없다고 쉬고, 컨디션이 조금만 안좋아도 공부를 과감이 스킵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시간을 써버리고 나니, 실제 시험용 공부에 매진한 건 시험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일어공부를 중단하고 새벽 2시간, 저녁 3시간 남짓을 시험용 불어공부에 할애했다. 제일 약한 청해와 구술에 집중했다. 작문을 위해서는 샘플 10개를 여러번 써가며 달달 외웠다.
구술은 파트별로 모범답안을 만들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다섯번 이상을 반복했다. 1번 유형 관련해서 15페이지 정도, 2번 유형 관련해 60여개 소주제를 뽑아서 주제별 3개에서 5개 남짓 문장을 외웠다. 3번 유형 관련해서는 10개 상황별 대화를 통으로 암기했다. 특히 1여분에 걸친 내 소개는 자다가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수십번 반복했다.
토요일 시험은 청해, 독해, 작문 세 영역이었다. 시험 시간보다 좀 더 일찍 도착했지만, 예정된 시간 전까지는 아예 입실도 안됐다. 나를 포함해 딱 다섯명이 응시했고 우리 모두 원하는 자리에 옹기종기 앉아 시험을 치뤘다. 청해파트를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쉬웠다.
작문은 초점을 잘못 맞춰 작성했지만, 이미 너무 많이 써버렸고 화이트도 떨어져 수정도 곤란해서 커트라인은 넘기겠지라는 마음으로 그냥 제출했다. 시험을 빨리 끝내면 일찍 퇴실이 가능했다. 마침 장명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해 미련없이 가장 먼저 시험장을 떠났다.
일요일 구술시험은 대전 알리앙즈에서 치뤘다. 일찍 도착해도 시험장 안으로 입실조차 안되기에 근처 주차장에서 대기하다 10여분 전쯤 시험장으로 향했다. 구술시험은 시험 준비장에서 10분 동안 사전 준비할 시간을 준다. 2번 유형, 3번 유형과 관련해 뒤집혀져 있는 종이 6장 중 두 장을 뽑는다. 이 두 장 중에서 좀 더 자신있게 소화할 수 있는 걸 골라서 이걸 바탕으로 감독관과 나눌 대화 얼개를 10분 간 대충 구상해볼 수 있다.
별로 어려워보이지 않았는데도, 정작 시험을 보려니 입이 얼었다. 시험관은 꽤 친절했고, 나는 알아듣는 척 감탄사와 추임새를 덧붙여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처음 안내부터 마지막 끝날 때까지 모든 게 불어로 진행됐고, 내가 알아들은 불어는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어시험을 끝내고 나니, 왠지 모를 성취감에 뿌듯했다. 청해실력만 키운다면 내년 3월 A2도 무난히 통과하고, 반년 정도 더 공부하면 11월 B1 패스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불어권 국가나 국제기구에서 근무할 때 인정되는 최소 기준은 B1이다.
이 기세를 몰아 계속 공부한다면 2017년 불어공부를 시작하며 처음 세웠던 목표, 5년 내 불어를 잘하겠다는 걸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2022년, 불어랑 깐부되는 걸 목표로 내년을 불어 몰입의 해로 만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