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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자 Feb 02. 2021

직장 생활이 힘들 땐, 멘토 찬스


며칠  타사 여기자 선배를 만났다. 취재 현장에서 종종 만났지만, 마음을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다. 단둘이 만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선배가 부국장으로 승진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먼저 선배한테 연락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부국장이나 국장까지 가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자에겐  어렵다. 연차만 쌓아선   없는 자리. 기자 선배이자 인생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나의 고민에 대한 조언도 구하고 싶었다.


선배를 만나러 가는 길. 승진 축하 선물로 분홍 꽃을 한아름 샀다. 선배의 조언은 따뜻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알려줬다.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다. 선배를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에겐 369 법칙이 있다고들 한다. 입사한 지 3년, 6년, 9년 즈음 고비가 찾아온다는 뜻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그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중요한 건 고비를 어떻게 이겨내는가 하는 것이다. 혼자서 이겨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럴 땐 멘토 찬스를 추천한다. 고비를 이겨낼 방법을 찾을 수 있고, 든든한 지원군도 얻을 수 있다.


나에겐 여러 멘토가 있다. 첫 손가락에 꼽는 멘토는 회사 PD 선배다. 입사 3년차에 선배를 사수로 만나 1년 넘게 한 팀으로 일했다. 선배의 칭찬과 격려는 나의 잠재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잘못 했을 땐 따끔하게 혼났다. 내가 힘들어 보인다 싶으면 선배는 밥과 술을 사주며 다독여줬다. 선배는 실력과 인품도 훌륭했지만, 참 부지런했다. 매일 새벽에 출근해서 하루를 일찍 시작했다. 선배가 만든 프로그램은 완성도가 높았고, 선후배들에겐 배려의 끝판왕으로 통했다.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었다. 선배와 함께 일한 시간은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선배의 멘토링은 팀이 바뀐 뒤에도 이어졌다. 바로 문자를 통해서다. 조언이 필요할 때, 축하 받을 일이 생겼을 때, 선배에게 문자가 오곤 했다. 가끔은 회사 로비에서 책을 찾아가라는 문자가 왔다. 책 표지를 넘기면 선배만의 시그니처가 있었다. 때로는 날짜만, 때로는 짤막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조언이 적혀 있었다. 책 멘토링은 10년 넘게 이어졌다. 시집부터 만화, 에세이, 인문서적까지 분야와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단언컨대 그 책들은 나를 성장시켰다.



선배는 2년 전 명예퇴직을 했다. 6개월만, 1년만 더 계시면 안 되겠냐고 선배를 붙잡았던 기억이 난다. 멘토를 잃을까봐 불안했다. 선배는 예정대로 명예퇴직을 했다. 그리고 선배의 멘토링은 회사 밖과 SNS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나의 또다른 멘토는 신부님이다. 신부님과는 시사프로 앵커 시절 인터뷰로 인연을 맺었다. 녹음 전에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대화가 너무 잘 통해서 깜짝 놀랐다. 나의 생각을 꿰뚫어 보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날 이후 조언을 구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신부님께 연락을 드렸다. 신부님은 늘 진심어린 조언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언제나 우직하게 서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처럼 말이다. 신부님 덕분에 몇 번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신부님이 보내주신 느티나무 사진


회사 선배와 신부님에 이어 타사 선배까지... 나의 멘토는 나이와 성별, 직무를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멘토로 삼지는 않는다. 일단 실력과 인품은 기본이다. 또 나와 이야기가 잘 통해야 하고,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 수 있을 만큼 나에게 관심과 애정이 있는 분이어야 한다. 멘토는 내가 의지를 갖고 찾기도 하지만, 운명처럼 만나기도 한다.


멘토링을 받고 나면 감사한 마음을 꼭 전한다. 그리고 생일이나 승진, 명절, 연말연시에 짧게라도 안부 인사를 전하거나 작은 선물이라도 드리려고 한다. 이런 노력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힘이 된다.


"이미 쌓여 있는 혜영씨의 존재감은 1도 없어지지 않아요. 응원합니다."


타사 선배를 만나고 난 다음날, 카톡으로 이런 메시지가 왔다. 멘토링 덕분에 요즘 회사 생활이 한결 나아졌다. 자존감 회복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회사 선배의 응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직장 생활이 힘들어 고민이라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안 보여 답답하다면, 멘토 찬스를 써보자. 좋은 멘토는 네비게이션처럼 나를 최적의 길로 이끌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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