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소비, 그리고 인생을 대하는 현명한 자세
인생에는 오직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강렬했던 감정이라도, 시간이 흐르고, 반복될수록 감흥은 옅어지고, 결국 익숙해지곤 합니다. 특히 나이를 들어가며 새로운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예전처럼 심장이 뛰는 그 설렘을 느끼긴 쉽지 않지요.
처음 뉴욕에 갔던 때를 떠올려봅니다.
세계 최고의 도시에 와있다는 설렘과 감동, 모든 것이 너무도 강렬했습니다.
‘이렇게 큰 세상이 있구나. 사람들은 정말 바쁘게 살아가는구나. 건물들은 왜 이리도 높고, 록펠러 타워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도시는 왜 이렇게 멋있을까.’
하이라인을 걸으며 먹었던 쫄깃한 베이글의 맛, 오전부터 13시간 동안 비 오는 타임스퀘어 앞에서 벌벌 떨며 기다렸다가 맞이한 새해의 불꽃. 친구들과 학기 내내 돈을 모아서 큰맘 먹고 캐나다령 나이아가라 폭포가 내려다보이는 호텔을 예약하고, 폭포를 보며 아이스 와인을 마시던 그 밤.
모든 순간이, 마치 꿈결 같았습니다.
그 시절, 학부를 막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가진 것도 없지만, 마음만은 세상을 품었던 저희는 졸업여행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 뉴욕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 광활한 도시를 마주하며, 세상은 너무도 크고, 우리는 너무도 작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했죠.
지금의 저는 다시 뉴욕을 방문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 밀려옵니다. 설렘보다는 편안함, 그리고 '어쩌면 내가 살게 될 도시'라는 묘한 친밀감이 자리잡습니다. 그 감정은 9년 전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저를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해외에 자주 나가고, 해외에서 살아보면 알게 됩니다. 공항에 가는 길이 더는 설레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시선이 바뀌면, 감정도 바뀝니다. 다른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볼 때,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가슴 뛰게 됩니다. 다만, 그 시절의 벅찬 감정은 다시 그대로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때에만 가능한 감정이 우리 삶을 얼마나 다채롭고 찬란하게 물들이는지, 나이가 들수록 더 또렷하게 깨닫게 됩니다.
20대, 포항의 술집 거리에서 친구들과 밤새도록 이야기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던 시간은 지금은 다시 가질 수 없기에 더 빛이 납니다. 선배들이 운영하던 가게를 이어받아 장부를 매출보다 적자로 채우며 가게의 남은 술로 배를 채우던 날들, 학교 축제에서 연어김밥과 생딸기 우유를 팔고,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던 순간들.
부족하고 미숙했지만, 모든 도전이 용서되던 그 시절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돈과 시간을 쓸 때도, ‘지금만 할 수 있는 일인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어릴 때 쓰는 돈은, 나이 들어 쓰는 돈보다 훨씬 큰 가치를 갖습니다. 젊을 때 배우는 것은, 이후의 어떤 배움보다 깊게 새겨집니다.
인생은 결국, “이 세상을 한 줌 빌려 살아가는 여행자”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남길 수 있는 것은 화려한 집도, 수치도 아닌 ‘어떻게 살아냈는가’ 하는, 하루하루의 각자의 흔적입니다.
때로는 치열하게 땀으로, 때로는 기쁨과 슬픔들로, 우리는 삶을 물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참, 아름다웠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성공한 삶이고, 아름답게 완성된 삶일 것입니다.
지금 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너무도 소중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또 내일의 계획을 세우며 조금씩 미래를 가꾸어 가는 일이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만 가능한 감정들. 그 순간들이 제 삶을 충만하게 해주고, 내일을 향한 설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 오프라 윈프리
그러니 여러분도 지금, 당신만의 '지금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꼭 찾아 하나씩 인생을 아름답게 꾸며나가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밖에 지나가지 않는 그 순간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 손을 꼭 잡고 갔던 놀이공원,
해맑은 표정으로 피곤한 줄도 모르고 뛰놀던 놀이터,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던 그 순간,
처음 대학에 입학해 마주한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세상,
대학 기숙사 창가에 앉아 부모님 댁을 그리워하던 밤.
졸업 후 대학원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맞이한 냉정한 현실,
그 속에서도 조금씩 스스로를 세워가던 날들.
그리고 나아가면,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과 결국 가정을 이루게되고, 나의 아이의 눈을 처음 마주할 그 순간들까지..
이 모든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지금만의 시간’ 속에서만 피어나는 감정들입니다.
지금 이 순간은, 두 번 오지 않습니다. 눈물나게 아름다울 지금 이 순간들을, 지금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과 행복들을 모두 느끼며 하루하루 진심으로 그려나가고, 채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각각의 시간들 속 행복들을 모두 누리며 살아가다가 제 삶에 주어진 시간이 다 하는 날, 웃으며 가볍게 떠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