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동생과의 대화를 통한 자존감에 대한 생각 정리.
제 글을 좋아해주는 사촌동생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형이 생각하는 자존감은 어떤 감정이고, 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자존감이라는 단어의 정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 자존감을 딱 잘라 ‘이게 자존감이야!’라고 규정하며 살아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자존감을 굳이 정의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세상을 지켜보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특정 정체성에 묶어두며 살아갑니다.
“나는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야.”
“나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즐기는 사람이야. 스탠드업 코미디는 지적인 사람들의 취미 같아.”
이런 식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수식하는 말들을 붙이고, 그 안에서 자존감을 확인하려 합니다. 저 또한 어릴 적엔 그랬습니다.
“나는 수학을 잘해.”
“나는 피아노를 잘 쳐.”
“나는 기타도 칠 줄 알아.”
하지만 돌아보면 그것들은 결국 나를 돋보이고 싶어 만든 임시 방편이었습니다. 뒤처져 보이고 싶지 않고, 인정받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회피적 표현이었던 거죠.
지금의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내 자존감은 이거야!’ 하고 규정하는 게 과연 맞을까? 결국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을 두고 “자존감이 높다”라고 말합니다. 즉,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본질이라기보다 타인의 눈에 비친 어떤 태도를 설명하기 위한 수단일지도 모릅니다.
여유는 어디에서 나올까요? 사람들은 흔히 물질적·사회적 조건이 갖춰져야 여유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자존감’을 정의하자면,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감사히 여기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태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인생은 스스로의 영향력을 넓혀가는 과정입니다. 그것이 선한 영향력이 되어 순환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좋아하고 따르게 됩니다. 반대로 ‘유명해져야 해’, ‘돈을 벌어야 해’라는 강박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진정성이 없기 때문에 오래 사랑받지 못합니다.
저도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과시하고, 보여주고 싶고, 뽐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비싼 물건을 사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겨 SNS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무엇을 사든, 무엇을 배우든, 그것이 결국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행복하게 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단계로 자연스럽게 옮겨온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2년간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도 같았습니다. 예전에는 인사이트를 발견했다고 생각하면, ‘이걸 글로 뽐내야지’라는 마음으로 브런치를 썼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글을 쓰는 이유는 다릅니다. 스스로를 위한 수행 같은 과정, 곧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돌아보기 위한 시간입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과시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깨닫고, 전략을 세우며, 끝없이 나아가다 보면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여유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순간, 굳이 자랑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알아봅니다.
사촌동생도 말했습니다.
“형, 2년 전 글보다 지금 글이 훨씬 잘 읽히고 좋아요.”
예전처럼 억지로 인사이트를 짜내는 게 아니라, 평소 생각하고 다듬어온 것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다 보니 글이 더 쉽게 써지고, 읽는 사람도 더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자존감은 여유의 다른 이름입니다
자존감은 무언가로 채워 넣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며, 매일의 순간을 감사히 여길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여유의 상태입니다.
그 여유는 타인에게도 전해집니다. 억지로 과시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존중을 끌어냅니다. 자존감은 거창한 성취나 외부의 인정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자존감은 결과물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그리고 그 태도는 결국, 세상을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가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