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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테 클래식 Feb 11. 2024

시의사계_절교

아픔은 잊혀지지 않는다

절교


긁어내지 마라

쓰리고 깊은 슬픔도

언젠가는 잊혀지리니

딱지 앉은 상처 뜯어내고

긁고 또 긁지 마라


그들의 눈물

그들의 한탄

그들의 피맺힌 절규


얇팍한 딱지 하나덮으려던

얇팍한 비겁함에 절교를 선언한다.


자식 앞세운 자의 거룩한 절규

다시 살려내라는 한맺힌 피울음

그저 잊으라고 넋두리 하지 마라


험악한 세월 올곧게 살았으니 

그대 이제 잘가시게




세월호 사건을 경험하고  

마치 자신의 가족을 희생당한 것처럼

아파하고 슬퍼하던 친구가 있었다.


어느날 술자리에서

큰 상처도 3년 정도 지나면

잘 아물 수 있으니

우리 이제 그만 아파하자라며

친구들 설득했다.


나는 그날로 평생지기에게 절교를 당했다.


그러던 친구는

한동안 괴로워하다.

끝내 병약해져 유명을 달리했다.


친구의 기일이 다가오면

절교 당하던 날의 내 말이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진다.


그래도 사람되라고

절교한다 엄포를 놓은 친구가

그리운 날이다.


고통은 공동체가 함께 나누라고

하늘이 내려준 마지막 동아줄이라던

그의 준엄한 꾸지람이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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