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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테 클래식 Feb 09. 2024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러나 왜 그것은 그다지도 어려웠던가?

1. Read Me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마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 너희의 가슴을 간직 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

자랄 수 없다.


2. Note Me


한민족, 일심동체, 동기, 우리는 하나...

면서 무수히 듣던 말들이다.

우리 민족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우리'라는 말.


그런데 우리는 함께 있기 전에

혼자 있는 법을 먼저 배워야할지도 모르겠다.


소설 데미안의 대사처럼

내 안에서 나오려 하는

그것을 살아보려는 게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는


함께 있는 게 좋은 것이라는 강요 속에

정작 나로 존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제 나를 둘러싼 의무와 기대를 위한

두꺼운 나의 페르소나를 벗어보자.

그러나 나(self)로 온전히 존재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안에서 스스로 나오려 하는 것

그것을 살아보려 했다.

그러나 왜 그것은 그다지도 어려웠던가?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아무런 나무도 자랄 수 없다.

너와 내가 질식하지 않을 만큼

생명의 거리를 허락하라.


<혼자 보낸 지난 여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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