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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적 사상가 스피노자

자유정신의 상징, 스피노자를 읽다

by 아레테 클래식


스피노자 읽기 서론


최근 플라톤을 읽다가 그 체계의 공고함과 이성 지상주의에 거의 질식해 죽을 번 했다. 서양 철학의 큰 틀을 이해하기 위해 플라톤을 잘 이해해야 하겠지만, 그의 이상주의와 이원론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더군다네 이상적 국가 건설을 위한 그의 전체주의적 발상은 중세, 근대, 현대를 아우르는 전체주의와 폭압의 씨앗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종종 이런 전통주의와는 궁합이 맞지 않을뿐더러 답답함을 넘어, 몸서리치는 위압감을 느끼기도 한다.


메마른 마음에 촉촉한 단비와도 같은 철학자를 만났다. 전통적 사고방식을 넘어, 시대를 거슬러 새로운 시대정신이 된 스피노자의 사상을 공부할 작정이다. 그에 앞서 스피노자의 대략적 배경을 이야기해 본다.


16세기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지에서 개종을 강요받고 박해받았던 유대인들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자유의 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뉴욕의 원래 이름은 뉴암스테르담이었다)으로 이주하게 된다. 스피노자는 이주한 유태인 살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유대교 랍비가 되기 위해 유대인 학교에 입학하여 히브리어와 유대 신학, 아랍 고대 종교학, 상업 등을 공부했다.


당시의 네덜란드의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는 자유로운 사상가들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다. 당대의 새로운 사상가들은 영혼불멸의 교리를 거부하는 등 다양한 신학적 이유로 유대교로부터 파문당하는 시건들이 일어났다. 자유를 찾아 새로운 도시에서 정착한 유대인들의 전통적 교리가 강요되는 잇따른 사건들은 스피노자에게 큰 영향을 중 것 같다.


그는 유대교 랍비가 되는 길을 가기보다, 예수회 소속 학교인 반덴에덴에 입학하게 된다. 반덴에덴은 당시 자유사상가이자 무신론자로 알려진 인물인데, 스피노자는 그에게서 라틴어, 스콜라철학, 데카르트 철학, 과학, 수학, 물리학을 배웠다. 자유로운 학풍의 학교에서의 공부는 그가 속한 유대인 사회가 빼앗아간 학문적 자유와 반성적 사고를 심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유대교 전통과 관습으로부터 자유롭게 생활하던 그는 '신을 신체가 없는 영적 존재'로 생각하는 유대교의 전통적 견해에 비판적이었다. 이로 인해 그는 광신도의 습격을 받게 된다. 기후 스물네 살이 되던 해 파문당한다.


그가 파문당한 판결문의 내용은 신의 하늘 아래에서 그의 이름이 지워 없앨 것을 포함한 온갖 신의 저주가 포함되어 있다. 나아가 '누구도 그와 교제할 수 없고, 편지도 할 수 없고, 어떤 친절도 베풀 수 없으며, 같은 지붕 아래 머물 수 없고, 그와 지근거리 내에 4규빗 이내에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가 작성한 논문들을 읽을 수 없다'와 같은 구체적인 경고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파문 이후 스피노자는 안경렌즈 세공사로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부친이 남겨준 유산이 있었으나 파문으로 인해 재산 상속에 대한 형제간의 불화도 있었다. 누이와의 재산 상속 재판에서 승소했으나 그는 낡은 침대 하나만 남기고 누이에게 모든 유산을 넘겨주었다. 부가 제공해 줄 수 있는 '자유'가 그리 그리 크지 않았다는 후문은 추측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소모적 논쟁을 피해 연구에 몰두하기 위함이기도 했다고 한다.


자유로운 사상과 신앙을 추구했던 스피노자가 신학정치론 서문에서 기술한 내용은 이렇다.


'우리는 판단의 자유가 시민들 각자에게 완벽하게 허용되고 자기 마음에 드는 신을 숭배할 수 있으며, 자유 말고 그 어떤 것도 더 값지거나 더 소중한 것으로 존중되지 않는 그런 공화국에 살게 되는 보기 드문 멋진 행운을 얻었기에, 나는 이러한 자유가 경건함과 공화국의 평화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 없이 허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공화국의 평화와 경건함이 그러한 자유에 의존하고 있어서 내가 배은 망덕 하거나 무익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신학정치론 서문 중>


전복적 사상가! 절대적인 신과 전통적 세계관에 저항했던 자유로운 사상가! 왠지 모를 연대의식까지 느껴지는 오늘, 그의 사상을 공부하는 것은 단지 공부를 넘어 가슴 뭉클해지는 그 어떤 것이 있다. 그리고 스피노자를 좋아했던 니체형을 좀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스피노자를 이해하기 위해 플라톤, 칸트, 데카르트, 헤겔 같은 전통적 입장의 사상가들과도 다시 대면해야 되겠지만, 그래도 오늘 만큼은 답답한 마음과 머릿 속의 먹구름이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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