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승리
"이길 것이라면 압도적으로 이겨라. 경쟁에서 종이 한 장 차이. 즉 간발의 차이로 상대를 이기는 것은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다. 이길 것이라면 근소한 차이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이겨야 한다. 그래야 패자 역시 약간의 차이로 졌다는 분한 마음이나 자책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깨끗하고 서슴없이 상대의 승리를 칭송할 수 있다. 상대에게 치욕을 남기는 아슬아슬한 승리나 미묘한 승리, 여한을 남기는 승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승자와 패자, 누구나 쾌히 납득할 만한 압도적인 승리여야 한다. 그것이 승자의 매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내용 중]
최근 인기리에 방영 되었던 mbn 강철부대에 소개된 니체의 글이다. 정말 강렬한 말 그대로 압도적인 인상을 주는 글이다. 압도적인 승리는, UDT의 독보적인 승리를 암시하는 마법의 주문 같다. 최근 강철부대에 대한 글을 썼고 니체의 삶을 읽고 있었는데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 싶어 냉큼 캡처해뒀다. UDT 출신 대원들이 읽은 니체의 생각만 본다면 니체는 정말 광야에 우뚝 선 초인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니체의 정말 삶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니체는 자신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근대의 유럽인들이 병들었다고 진단했다. 병명은 나약함과 왜소함이다.
니체의 삶을 살펴보면 진정 나약하고 왜소했던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평생을 따라다닌 지병으로 아파했으며, 유전된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았던 사람은 바로 니체이다. 가족들의 기대에 눌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신에게 귀의하려 했던 모범생 니체는 정말 애처롭기까지 하다. 어려서부터 유약하고 똑똑했던 니체는 친구들의 놀림 속에 성장했다. 성장한 이후에도 그의 톡톡 튀는 이론과 글쓰기는 당대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과 혹독한 비판을 받으며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곤 했다.
니체가 위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려는 매일의 노력 때문이다. 니체가 열한 살부터 자정까지 공부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다시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는 것은 유명하다. 그가 평생 중요하게 생각했던 자기 극복의 원리인 위버멘시를 그 어린 시절부터 실천했던 걸 보면 떡잎 자체가 다른 사람이었기는 하다. 니체가 만약 자신의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매일의 투지(힘에의 의지)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절대자에게 압도되어 전전긍긍하는 그늘진 근대인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독서클럽에서 니체의 삶이라는 전기를 읽고 있다. 사실 난 그동안 전기를 거의 읽지 않았다. 누군가의 삶을 알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이번 독서를 통해 누군가의 삶에 대해 진심으로 아파하고, 경외하며, 공감하고 , 분노할 수 있는지에 대해 나 자신도 매우 놀랐다. 거의 매일 눈시울을 붉혔고, 냉혹한 현실에 분노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겨내는 그의 정신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