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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테 클래식 Apr 22. 2021

클럽하우스, '한여름 밤의 꿈'일까?

소수의 독점과 컨텐츠의 한계를 넘어서는 참신한 시도

 


 클럽하우스는 음성을 매개로 대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SNS로 각광받고 있다. 3월 말 기준 다운로드 수 13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그 인기가 뜨겁다. 국내외 주요 그룹의 CEO, 정치인, 문화, 예술인, 최근에는 현역 국무총리까지 등장하면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이용자 수가 일부 감소하면서 클럽하우스의 앞날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업계의 관계자는 “클럽하우스는 클럽을 운영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발언권을 부여할 수 있고, 대화를 독점하는 구조여서 쌍방향보다는 일방향 소통의 장으로 왜곡될 수 있다”라는 우려를 표했다. 게다가 지난 11일에는 클럽하우스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DB가 유출되었다는 보도가 나와 보안 관련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클럽하우스는 태생적으로 여러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선, 클럽하우스를 가입하려면 기존 회원의 초대가 필요하다. 기존의 SNS들은 누구에게나 열린 방식으로 가입자의 확보가 용이한 반면, 클럽하우스는 엄격히 구분된 사람들을 위한 모임을 지향하는 듯하다. , 현재는 애플 유저만 가입할  있도록 되어 있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무엇보다 클럽하우스는 소수의 운영진과 유명 인사들이 독점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클럽하우스를 ‘꼰대들의 라떼식 콘텐츠정도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클럽하우스가 가진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신종 SNS는 어떤 유익이 있는 걸까? 무엇보다 클럽하우스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되었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상이 되어 버렸다. 서로 단절된 사람들이 물리적 공간은 아니지만 함께 만나고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나아가 단순한 만남을 지향하던 클럽들이 자신들의 관심사와 이해관계에 따라 좀 더 세분화되고 진화하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클럽하우스의 ‘어쩌다 여기까지' 클럽은 독서클럽이다. 일주일에 세 번씩, 오전 열 시 열두 시까지 선정된 책을 낭독하고 독서한 내용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식으로 운영이 된다. 처음에는 소설을, 다음에는 자기 계발서, 그다음은 시 낭송을 하며 자유롭게 운영이 되었다. 그러다가 누군가 “희곡도 한번 읽어볼까”, “희곡을 읽는 김에 배역을 맡아 읽어 보면 어떨까?” “배역에 맞는 캐릭터를 그려 준 회원이 생겨 배역에 맞는 프로필 이미지들도 생겨났다. 그리고 이들은 이번 달 마지막 토요일(4월 24일) 밤 10시에 그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한여름 밤의 꿈’을 클럽하우스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위와 같은 사례는 클럽하우스가 가진 순기능이자, 새로운 가능성이다. 특별하지 않고, 유명하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훈련되지 않은 아마추어들의 향연을 보다 보면 마치 고대의 아테네에서 꽃을 피웠던 민주주의의 장인 ‘아고라’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클럽하우스에 열광했던 것도, 또 그 열기가 식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클럽하우스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희망의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집단 속에서 이름 없이 살아가는 개개인들에게 ‘당신은 누구인가, 무엇을 원하는가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라는 답을 그들 스스로 하기 원하는 듯하다.


 많이 배우지도 않고, 돈 많고, 인기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고, 온전히 자기를 대면하면서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클럽하우스는 분명 의미 있는 플랫폼임에 틀림없다. 클럽하우스의 인기가 ‘한 여름 밤의 꿈’일지 아닐지는 이 어플리케이션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그것을 사용하는 일반 대중들의 자발성에 달려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위의 사례처럼 일반인들이 자신의 욕구와 자율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간다면 그 효용성과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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