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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테 클래식 May 27. 2021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전체주의의 부활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화며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시끄럽던 정국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역사학자, 교사, 학생, 부모 단체들 등의 반대 여론도 높고, 주류 역사학자들의 집필 거부 선언이 거듭되었다. 여야는 국정화 찬반을 두고 물러설   없는 기싸움을 펼치고 있는 듯 하지만, 이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막을  있는 현실적 제도적 방법은 없어 보인다. 11 정부는 확정고시를 단행했고 12 현재 새로운 역사 교과서는 집필 중이다.


나는 국정 교과서로 공부한 세대이다. 현재 사용 중인 검인정 교과서의 내용이 얼마나 좌파적인지 확인도 할 겸 몇몇 교과서를 읽어 봤다. 그런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검인정 교과서도 과거 학교에서 배우던 단편적 지식을 넘어서는 수준의 내용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학창 시절 국사는 시험을 치르기 위한 텍스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연대기적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사건의 날짜는 암기했을지언정 그 당시 배웠던 교과서의 역사가 내 역사관에 큰 여향을 끼친 것 같지는 않다. 역사 교과서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서술이 아니라 수많은 역사적 사실을 짧은 지면에 설명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요약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그것을 실행하겠다는 집권당의 시도는 그 시작부터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시험을 치르기 위한 모범 답안 정도를 제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학생들에게 고취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 여당이나 우파 학자들은 교과서 국정화의 쟁점을 거짓·왜곡·북한 독재 비호 교과서와 자유민주주의 수호 교과서의 대립 구도로 설명하려는 듯하다. 또 좌경화된 교과서가 부끄러운 국가관을 강조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전인적 성숙에 방해가 된다고 한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근현대사의 투쟁사보다는 경제성장, 민주화 등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역사 기술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또 편찬 원칙으로 친일, 독재 미화는 배제하고 노·장·청을 아우르는 필진을 구성하되 근·현대사의 경우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정치·경제·헌법 등 사회과학계열 학자들도 참여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1980년 민주화 이후 역사학 민주화 투쟁 위주로 서술된 점을 지적하고 경제발전 과정에서도 전태일 열사의 분신은 자세히 기술된 반면 이병철, 정주영 등 기업인들의 공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마디로 자라는 학생들에게 균형 잡히고 올바른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는 취지이다.


아직 교과서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이 만들고 싶은 교과서가 정말로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어떤 주장이나 이념이든 단 하나의 기준을 정해 놓고 그것만이 올바르다고 규정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하나의 올바른 역사책을 가진 사회는 경도된 사회이다. 단 하나의 이념이나 기준을 정해 놓고 그것을 올바르다고 규정하는 것은 독재이고 폭력이다. 현 정권은 국가권력이 국민생활을 간섭·통제하는 사상 및 그 체제로 개인은 전체 속에서 비로소 존재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다. 우파적 시각의 역사관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단 하나의 역사관을 강제하는 것이 틀렸다는 것이다.


나는 비록 부족할 지언  생각할  있는 자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있는 권리를 제한받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다. 보편적 원리, 이념이 우리의 삶과 인식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된다. 완벽한 하나의 체계를 만들어 놓고 그것만을 내재화고, 그것과 다른 것을 경시하며,  지배 체계에 순응하는 순간 나는 사라지고  지배 체계의 일부가  노예가 되는 것이다.


전체주의 극복하는 방법은 철저히  전체주의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나는 부끄럽게도 세계사는 성실히 공부해 보았으나, 우리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우리 역사를 공부를 제대로  보려고 한다. 강요된 이념과 가치관에 굴복하지 않고 싶다. 비록 부족하거나 결함이 있을지언정 나를 신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온전히 자기가  사회의 주인인 것을 인식할 정부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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