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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테 클래식 Feb 03. 2024

축구는 잔인하다?

아시안컵 8강전 관람 후기

<출처: 다음>


어제 새벽에 졸린 눈을 비비며 호주와의 8강전을 관전했다. 호주는 시종일관 영국 축구에 가까운 놀라운 경기력을 과시했다. 힘과 높이 조직력은 전후반 변함없이 탄탄했고 우리를 위협했다. 경기 전체로보면 우리의 유효슈팅이 조금 앞섰다. 하지만 우리 경기력이 후반 추가시간 역전 이후 살아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후반 호주의 경기력이 조금 우세했다고 판단된다.


<손흥민의 페널티킥 장면, 출처: tvN>


호주 매체 ABC는 "축구는 잔인하다. 이 경기는 호주 축구사에서 가장 잔인한 경기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호주 입장에서 이것은 맞는 말이다. 후반 8분 주어진 추가 시간 6분경 손흥민이 만든 페널티 기회를 황희찬이 차 넣어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었다. 경기 종료 1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적처럼 승부는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손흥민의 역전골 장면, 출처: tvN>


잔인한 비극은 이제부터 시작되었다. 연장 전반 14분, 이번에는 황희찬이 만든 프리킥 찬스를 만들었다. 우리의 영웅 손흥민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환상적인 오른발 인사이드킥으로 호주의 골망을 갈랐다. 연장 전반 추가시간 수비수 에이든 오닐이 퇴장당했다. 그렇게 호주는 허망한 패배자의 쓴 잔을 마셨다.


<출처: tvN>


호주 언론들도 이런 파토스를 느꼈을 것이다. 나는 역전 후 카메라가 오열하는 호주의 어린이들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에서 울컥했다. 너무 잔인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어제 글에서 언급한 아시아와 호주의 어린이들에게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키워주고 싶다던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의 희망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어제 울부짖던 어린아이들은 시공을 초월한 스포츠맨십을 배웠을 것이다. 그들은 축구공이 둥글다는 것도 보았다. 승패를 떠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의 역사를 쓸 수 있음도 깨달았을 것이다.


<공은 둥글다,  출처: tvN>


설령 패배했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뼈아픈 성장의 밑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승패를 떠나 아름다운 인간들의 승부를 볼 수 있어 감사했다. 어제의 경기는 단순히 대한민국의 승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국경을 초월해 스포츠맨십이 보여주는 무한한 감동의 드라마였다.

어제 우리는 믿을 수 없는 축구를 또 축구 선수들을 목격했다. 특히, 손흥민 선수는 축구는 관중을 존중하는 일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스포츠맨십은 바로 존중이라고.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그들이 역경을 극복한 이유는 바로 자기에 대한 확신과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라. 이것이 내가 축구는 좋아하는 이유이다. 그래, 우승이 아니라 존중이다. 우리 인생을 성취하려하지 말자. 그대신 스스로를 존중해보자. 오늘 우리가 함께 본 감동의 드라마가 내 인생에도 햇살처럼 쏟아지기를 기대하면서.


https://youtu.be/8EKRQMOWd7k

<스포츠맨십은 존중이다, 출처: 랄프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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