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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테 클래식 Feb 03. 2024

호주전 총평: 울지마 얘들아

아시안컵 8강전 소회








1. Read Me : 호주 감독의 기자회견



<울지마 얘들아, 출처: tvN>


Q1. 오늘 경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매우 힘들다. 게임이 어떻게 이렇게 끝났을까 생각했다. 90분간 우리는 매우 잘했다. 경기 막판에 페널티킥을 허용하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그러나 멋진 토너먼트 경기였고 우리는 아시안컵에서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출처: 스포티비 뉴스>

Q2. 오늘 경기에서 긍정적인 점은?

.

향상된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한국은 주로 역습에 의존했다. 수비만 하지 않고 균열을 일으키려 했다. 우리는 그걸 조심해야 했다. 우리가 대응을 잘했다고 본다. A매치 출전 횟수로 따지면 우리는 매우 젊은 팀이다. 지난 월드컵에서 뛴 선수가 12명뿐이다. 우리는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오늘 경기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많이 봤을 것이다.  




<출처: tvN>


Q3. PK(페널티킥) 내준 선수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나는 그를 안아주며 ‘인생의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을 겪으며 배워나가는 것이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선수들은 5~6시간 뒤면 비행기를 타고 그들의 소속팀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곳은 분명 여기와는 다른 환경이다. 페널티킥을 내준 선수 역시 역시 곧 괜찮아질 것이다.



Q4.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경기 막판에 골을 많이 넣기 대문에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 그 일이 일어났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가?


한국팀 선수들은 유럽 톱 리그에서 뒤는 선수들이 많다. 그들은 매우 빠른 템포의 경기에 익숙하다. 한국의 많은 선수들이 바이에른 뮌헨, 토트넘, 울버햄튼 같은 팀에서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상대로 플레이하고 있다. 거기서 많은 것들을 배웠고 결국 그들이 우리를 이겼다.



2.  Note Me


https://youtu.be/8EKRQMOWd7k​​


<스포츠맨십은 존중이다, 출처: 랄프로렌>


어제 새벽 축구 여운이 너무 많이 남았다. 조금 전에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 대표팀 감독의 인터뷰를 시청했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대로 축구와 선수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진 감독이었다. 시합에 졌다고 자신이나 자신의 팀에 대한 존중을 잃어버리지 않는 위엄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페널티킥을 실수한 선수에 대해 언급한 말은 진중함을 넘어 거룩하기까지 하다.


다만 우리 팀이 역습에 의존했다는 말은 동의할 수가 없다. 내가 졸다가 봐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시종일관 공격적이었다. 호주야말로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수비 이후에 역습했다. 그리고 첫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호주는 사실상 5:4:1 포메이션으로 중원을 질식시킬 듯 높이의 우위를 이용해 탄탄하게 수비했다. 한골 실점 이후에 우리는 많이 조급해졌다. 호주는 더 단단히 문을 잠궜다. 나는 호주가 실리 축구를 했다고 본다.


이에 반해 우리는 이재성, 손흥민, 황희찬, 슛돌이 이강인과 같이 정상급 테크니션들의 창의적인 축구를 보여줬다. 기존의 팀 칼라와는 너무 달랐다. 많은 축구팬들이 클리스만 감독의 팀운영 전술에 불만이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축구 방식이 마음에 든다. 나는 이런 축구를 감히 틀에 집착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축구라고 부르고 싶다. 감독이 노장 사상을 알리 만무하다. 하지만 내 생애에 이런 게임을 보게 된것은 정말 믿기지 않는다. 특히 이강인의 축구는 가히 몰아의 경지에 오른듯하다. 어쨌든 적장이지만 칭찬해주고 싶다.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경기였고, 기자회견까지 너무나 완벽했다.


3. Remember Me


이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특히, 내가 흠모하는 헨드릭 위렘 반 룬의 <세계 예술의 역사>의 서문이 떠오른다.


그는 기차를 타고 가다가 황량하고 적막한 옥수수밭이 펼쳐진 들판에서 잠시 멈춘 적이 있었다. 그는 거기서 절망적이고 보기 흉한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는 불쌍한 아이들을 만났다. 처음은 열두살 혹 열네살쯤 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였다. 그 두 아이는 조잡한 빨간 털모지에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는데 너무나 조잡하고 난폭하게 만들어 멀리서도 아주 제멋대로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어서 그는 매우 딱해보이는 어린아이 중 그림을 그리는 파란 종이를 든 여자아이와 검은 바이올린 케이스를 든 남자아이들도 발견했다.


그는 한동안 그 광경을 잊지 못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책을 그 빨간 목도리에 빨간 털모자를 쓴 두 아이를 위해서,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고 있던 아이와 한 묶음의 그림을 옆에 끼고 있던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이 탄 기차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두 고독한 아이들을 위해 쓰기로 결심했다.


오늘 나는 저 어린 아이들의 눈물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사회의 구성원이자 어른으로서 저 아이들의 눈물이 그저 눈물로 그치게 만들지 않겠다. 축구 공이 둥근 것처럼 우리의 삶도 둥글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줄 것이다. 승자의 역사가 아니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언제나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그리고 언젠가는 위대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도 있음도 보여주고 싶다. 그러하기에 나는 오늘 이 글을 남기고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맘 따뜻한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무엇보다 들판에서 외로이 신음하고 있을 그 아이들에게 희망의 노래와 그림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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