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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수레 Sep 24. 2022

추분은 이메일 없는 날

추분에 이웃나라는 왜 쉴까?

외국계 회사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통 업무 이메일이 본사에서 날아온다. 

현재 나는 일본계 회사 한국지사에 근무하고 있다. 

어제  9월 23일(금요일)은 일본 본사로부터 이메일이나 전화 한 통도 오지 않았다. 

이메일이 전혀 안 온다는 것은 본사가 휴무이거나, 일본이 공휴일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

알고 보니 일본은 ‘秋分의 날’로서 국가 휴무일이었다. 


추분은 무엇인가? 

24절기 중 16번째 절기인 추분은 통상 낮과 밤이 같아지는 날이며 이제부터 밤이 길어진다.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제 여름날 천둥은 사라지고 벌레들도 월동준비를 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한다 


추분이 국가 휴무일이라니 의아했다

같은 농경 문화권임에도 한국은 아닌데 일본은 왜 국가 휴무로 지정했을까?

동료 일본인에게 추분은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았다. 명확한 의미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그냥 쉬는 날로 받아들이지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는 것 같았다.  마치 개천절이 우리에게 국경절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개천절을 의식하지 않고 그냥 빨간 날이듯 말이다 (나만 그런가:;)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여러 유래가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일본은 조상에게 이날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불교에서 유래되어서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명절 중 하나가 추석이다. 추석(한가위)은 달이 밝은 음력 8월 15일에 축제를 벌인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일본은 추석이라는 명절이 없다.


한국은 왜 추석이 가장 큰 명절로 이어져오고, 일본은 추분을 국가 휴무일로 정해 오는 것일까?

의미 있는 문화 차이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까?

추석은 가장 밝은 달 아래, 그 해 수확에 감사하며 벌이는 축제이다

한국인은 흥이 많은 민족이다. 축제를 즐긴다.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며 이제 밤이 길어지기 시작함을 나타내는 날이다

일본인은 자연 변화에 민감하다. 

근대 일본은 ‘탈아입구(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으로 들어간다)’를 외쳤다. 

서구문화를 재빠르게 수용하여 근대화에 앞섰다. 일본은 자연이건 문명이건 수용력이 높다. 변화에 예민하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은 지역이다. 어느 나라보다 많은 태풍과 지진, 해일, 화산활동 등 자연재해와 함께 살아간다.  그래서 일본인은 변화를 나타내는 分岐點에 주목하는 습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추분은 본격적인 가을을 알리는 신호다

계절의 변화다

이제 陽의 시대에서 陰의 시대로 변한다고 알려준다

밀물에서 썰물로 변한다고 알려준다.


다시 우리 속담,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벌레도 다가오는 겨울을 체감하고 월동준비를 한다는데, 우리는 추분에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인생의 겨울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함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본사로부터 이메일 없는 추분(秋分)에 이런저런 생각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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