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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린다는 것

by justit

둘 다 몸이 조절작용을 하면서도, 식은땀을 흘리는 것과 일반적 땀이 솟는 건 사태가 다르다. 식은땀은 체온조절 외에도 뜻밖의 공포 따위에 반응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식은' 땀은 흘러나와 체온을 조절하기보다는, 이미 '몸을 식혀서' 나온 땀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에 대해 일반적 땀은 나와서 식힌다는 느낌을 준다. 사실은 둘 다 몸이 1차 조절작용을 거친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그냥 땀은 온도에 반응하는 정상적인 경우이지만, 식은땀은 감정 변화나 신체기능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리는 신호로 보인다.
"에휴, 지독한 더위에 졸 줄 흘러내려 불쾌하게 만들어!"
"휴, 살았다. 큰일 날 뻔했네. 식은땀이 다 나잖아!"
받아들이는 태도도 다르다.
일상의 끈적거림이 되거나, 위기를 넘겼다는 안전함의 표시 같은 것.
심지어 땀 그 자체에서도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별 쓸모없는 땀과 매우 고귀한 땀.
이렇게 자연적 기능을 하는 땀은 사회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정말 땀을 흘린다는 것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 수가 있을까?
어찌 되었든 개개인은 이 사회 구성윈이 되어서 각자의 땀을 흘리고 있지 않은가?
몸의 폐기물이라는 측면을 놓고 보면, '소모'라는 결과에서는 거듭 동일하다. 그럼에도 사회적 평가가 다른 것은, 일단락되는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한 투입요소 측면에서 비중을 구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종일 땀 흘린 대가가 고작 이것뿐 이 라고!"
현실 사회는 땀과 대가가 일치하지는 않는다. 고작 1의 생산성이 100의 그것과 동일시될 수는 없다.
가치는 오히려 땀을 흘리지 않는 부문에서 더 크게 인정받기도 한다.
"댁이 흘린 땀은 신체적, 물리적 땀에 불과할 뿐, 정신적 땀은 아니다"라는 가치 판단이 들어 설 법하다.
갖은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을 견뎌내며 생멍을 단축해 가면서 더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데, 그런 비교가 가당키나 할 것인가 말이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땀을 흘리는 사람보다는, 그것을 식혀주는 일이 더 나은 평가를 얻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러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차라리 무엇이라도 해보는 게 낫지, 마냥 되지도 않는 일을....?"
그런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나도 불편한 말을 건넨 적이 있다. 그러면 그것을 견뎌내는 사람은 객관적 가치평가보다는 주관적인 그것을 더 크게 내세울 것이다.
"언젠가일지는 모르지만, 제 꿈을 향한 일이라 충분히 견딜 수 있어요."
그는 주변의 불편한 간섭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다.
다 같이 땀을 흘리는 동등함을 확보하기나 하려는 듯이.
어쨌든 나는 그의 항변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땀의 종류, 대가 여부 따위를 따지지 않고 그도 땀 흘리고 있는 존재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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