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벚을 삼은 산책로 한 모퉁이,
고단에 겨운 여윈 가로등.
나방이며 하루살이, 어둠에 감출 것들
빛을 희롱하며 유희를 탐했으니,
숨바꼭질 술래에 잠 못들던 밤을 걷어,
이제는 아침의 졸리운 눈 빛 하나.
암흑에 감추어라.
광명을 달아나라.
숨죽일 것 밝음으로,
드러날 것 숨어들어,
삼켜진 어둠과 토해내는 빛입니다.
그래, 밤은 반쯤 벌린
" ㅂㅏ ㅁ"같은 것이라고,
열림에 촉수서고 구획하는 울타리.
새벽이 올 때까지,
세상 열릴 시간까지,
포획의 공간은 가만히 숨 쉴 곳.
빛으로 비상하고,
그늘로 가린 존재,
있으면서 없고, 없음의 존재.
하지만 가로등, 없는 눈도 크게 뜨고
세계를 드러내듯, 이미지를 그려내듯,
수직의 상승에 홀로 고개 들고,
어둠속 벌거벗음.
밝음 밖 침묵.
가릴 것 없음이 가리는 것임을.
이젠 말합니다.
빛을 삼킨 어둠 게워,
작은 날개 숨어드는
온전한 은신처를.
가로등 잠이들면,
소근댐이 동침하는,
세상 가장 높은 소리,
그것은 적막함, 침묵이 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