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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t Jul 12. 2024

뭐가 뭔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손에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건드렸더니 정신이 없다. 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것에 집중하는 순간 다른 것을 놓친다. 그래서 일부러 자리에 앉아 무엇을 하기 전에 마음속으로 번호를 매겨 '1,2,3'하고는 챙겨야 할 것을 정해 놓고도
그렇다. 역시 에너지를 쏟는 것은 시선도 흡수해 버린다. 심지어는 눈에 띄게 가까이 놓아두는 데에도 그렇다. 이미 놓쳐버릴 것이 예정된 것처럼.


프린터기가 고장 나 인근 간이 도서관에 몇 장을 출력하려 갔다. 아침에 작업해 놓은 것이라 이제 출력만 하면 되는 것이다. 메일의 내게 쓰기 기능을 통해 거기에 출력할 것을 저장해 두었다. 그런데 수정전 앞서서 먼저 보낸 작업물 밖에 없는 게 아닌가!
수정한 것의 대략은 생각나지만 온전히 복구하기는 어렵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되돌아가 기억을 더듬어 다시 작업하리라 싶어 계단을 내려왔다. 조금 걷다가 '아차, 저장함을 보면 있을 텐 데'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모바일로 열람해 보니 거기에 떡 있는 게 아닌가!
다시 계단을 올랐다. 다시 출력을 하고 이제는 마지막 우체국에 가서 발송만 하면 된다고 다시 길을 향했다. 그랬더니 가는 길에 이제는 '메일을 로그아웃 했던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시 뒤돌아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나이 들어 무언가를 하고 나면 '그걸 제대로 끝냈나?' 하는 의심증이 깊어지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 같지 않다. 겨우 당도해 사용하던 컴퓨터를 열어 보니 정말로 메일을 그냥 둔 채 자리를 떴던 것이다. 에구, 일 하나 처리하는 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는단 말인가!
결과야 어찌 되었든 할 일을 마치고 나니 후련하기는 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 사소한 일에 너무 쓸데없이 허덕거린  느낌이다. 오랜 고심 끝에 처리해야 할걸 너무 서둘러 마감한 것에 대한 전조일까?


암튼 뭐가 됐든 애를 쓸 일이 있다는 건 괜찮은 일이다. 그 덕택에 길을 지나가면서 사람들 행동도 엿보고 사는 모습도 그려 볼 수 있으니까.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각기 분주히 움직이는 것은 일상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사실 아니겠는가?
내일은 또 내일의 할 일이 있으니 오늘을 견디는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좀 쉬어야 하겠다. 하루가 다소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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