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남편의 성매매 사실을 알게되다
회식이 잦아지고 연락이 되지 않아 싸운 다음날
그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화해의 저녁을 만들어 먹고 대화하며 함께 손잡고 산책하며 화해를 했던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아 깨있던 새벽.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그가 오피스텔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그것도 결혼식 이후 3개월밖에 안된 시점에, 멀리서 결혼식에 와준 사람들에게 저녁을 사기 위해 갔던 날.
무리에 의해서, 타의에 의해서도 아닌 자기 스스로 갔다는 사실. 블로그 후기처럼 너무나 자세히 어디로 갔고, 실장이란 사람을 만나 안내받아 오피스텔에 가고 거기서 어떠한 여자와 어떻게 했는지, 내가 몰랐던 세계에 대한 용어들을 쓰며 마음에 들지 않아 환불까지 받았다는 상세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냥 다른 사람의 얘기를 전해주는 줄 알았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는 얘기를 재미나게 전해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얘기었다.
너무나 상세했고, 그 카톡대화만 읽어도 한두 번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래왔었던, 최근까지도 즐기고 있는 정황들이 보였고 그러한 내용들이 나의 손을 점점 차갑게 했다.
그 글을 읽으니 여기서 더 파해칠지 멈출지는 나의 손에 달려있었다. 1년 전 일에 대해 이제야 안거니 모른 척하고 지나갈까, 그냥 나만 잊고 여기서 멈추면 모든 게 똑같지 않을까. 저기 자고 있는 그가, 아까까지 나와 손을 잡고 나의 편이었던 그 사람이 그냥 평생 나랑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짓들을 나 모르게 해 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 믿겼다.
새벽 3시? 4시쯤 되었으려나 그냥 졸린 상태여서 내가 꿈꾸는 걸 거야 생각해보기도 했고, 그냥 단기 기억상실증처럼 지금 이 기억을 누군가 지워줬으면 했다. 그냥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른척하고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 일어나 잘 잤냐며 안부를 묻고 서로의 존재를 위해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가며, 그리고 열심히 일하고 온 그가 뭘 좋아할까 생각하며 만든 저녁을 함께 먹고 산책을 하며 또 안정된 하루를 지나갈 수 있는데, 내가 원하던 그 하루를 느끼면서 살 수 있는데..
여기서 멈출까 아니면 이 판도라의 상자를 더 깊숙이 파해쳐볼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