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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킵고잉 Nov 19. 2023

#4. 전략을 세우고 무너지다

이성과 감정의 파도

변호사와 상담을 하고 카페에 가서 계획을 세웠다.

아니 전략을 세웠다.


변호사는 그가 생각할, 알아볼 시간을 갖지 않게

월요일 저녁에 말하라고 팁 아닌 팁을 주었다.

하지만 오늘은 금요일. 증거가 충분한 이상

그때까지 포커페이스를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다행인 건 오늘은 그가 저녁약속이 있고, 토요일 출근 후 약속이 있어 내가 토요일 저녁 약속만 잡으면 그를 만나는 건 토요일 자기 전 잠깐이었다. 그때만 참고 일요일 출근 후 돌아오면 그때 얘기를 하는 게 좋겠다 생각했다.


말을 하고 나서 얼굴을 보고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다고 판단되어 당장 1주일 짐이라도 싸서라도 나가게 해야지 마음먹었다.


모든 계획을 세우고 집에 다시 들어가기가 무서웠다. 이 감정들을 혼자 안은 채로는 포커페이스도 안되고 나도 모르는 감정에 눈물이든, 화든 어떠한 형태로든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러줄 정도로 오랫동안 나를 알아온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이혼하게 되었고 밖에서 보면 내가 말하다 울 것 같아 친구 집에서 만나자고 했다.


친구의 퇴근을 기다리며 카페에 있는데 어제 새벽부터 일어난 일들이 그냥 꿈같았다. 그리고 내가 친구한테 이혼이라는 단어를 쓰다니.

이 상황이 어이가 없거나 힘든 것이 아니라 그냥 현실감각이 없었다. 눈물을 흘릴 감정도 가라앉아 괜히 친구집에서 보자고 했나 싶을 정도로 차분했다.


친구가 퇴근 후 집으로 오라고 연락이 왔고, 나는 친구집에서 문을 열어준 그 친구를 보는 순간, 그냥 무너지듯 그냥 그 친구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12시간 전 그 일이 일어나고 내가 처음으로 내 감정을 쏟아낸 순간이었다.


고등학교 때 만난 그 친구랑 알고 지낸 지 15년이 넘어가는데 이 친구 앞에서 이렇게 꺼이꺼이 소리 내면서 울어보았나 싶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이 친구뿐만 아니라 누구 앞에서 내가 이렇게 어른이 된 후에 소리 내어서 울어봤나 싶었다.


친구는 내가 왜 이혼을 하는지, 무슨 상황인지 묻지 않고 그냥 안아준 상태로 울라고 말해주었다. 난 그렇게 그냥 몇 분을 그렇게 현관에서 친구 품에서 울었다.

그날 저녁 친구와 많은 얘기를 하며 마음을 붙잡았다.

친구는 내 잘못이 아니라 그냥 덤프트럭에 치인 사고를 당한 거라 얘기해 주었다.


안다. 내 잘못이나 내가 후회해야 할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 근데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지?라는 생각은 접을 수 없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고 다행히 그는 약속이 늦어져 나는 너무 피곤해 먼저 잔다고 하고 잠에 들었다.

그렇게 폭풍 같던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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