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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Sep 12. 2021

정신과에서 촉수엄금 상자를 열었습니다

Chapter 4. 정신과에 입원을 했습니다

입원생활이 일주일이 넘었다. 모든 것을 벗어나니 여전히 힐링 여행을 떠난 사람과 같았다. 그날 J주치의 선생님의 입원 제안은 나를 살린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특이점이 있다면 옥상 소나무를 고정하기 위해 단단히 매여진 밧줄에도 위협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적당한 높이에 여분이 있는 튼튼한 밧줄. 저기에 매면 딱 좋을 것 같은데(?) 밤이라면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나 같은 환자들이 또 있을 텐데 저대로 둬도 괜찮을까?’


다른 환자를 걱정할 신세가 아니었지만 삶과 죽음 위 담장을 걷듯 사는 환자로서 나를 포함한 누군가가 그 줄을 다른 방법으로 활용할까 노파심을 가졌다. 실제로 밤에는 정해진 시간에 약을 삼킬 때까지 지켜보는 간호사 앞에서 우울은 낮추고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약을 먹었기 때문에 극단적 생각이 들기도 전에 잠에 빠져들었다. 밥과 약을 잘 먹고 잘 자는 생활이었다.


다만 멀쩡하던 머리에서 고열이 날 정도로 날 괴롭히는 한 가지가 있었다. 입원기간에는 틀림없이 하리라 마음먹었던 가해자에 대한 엄벌 탄원서 쓰기였다. 쓰려고 컴퓨터를 켜는 데도 한참이 걸렸고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괜스레 양식을 찾거나 과거 모아놨던 정보만 뒤적이곤 했다.


해야 하는 데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는 꼭 과자를 찾곤 하는데 갖가지 과자를 종류별로 모아놓고 비장한 마음으로 펜을 든 날, 탄원서를 완성했다. 입원 후에 완전히 고쳤긴 하지만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을 마주한 날의 성취감은 대단했다. 물론 작업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몸으로 나타나 혈압이 높아지고 열이 나는 등 부작용은 있었지만 입원을 마치기까지 가라앉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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