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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Sep 18. 2021

감추고 싶은데 말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Chapter 5. 호신술로 나를 구할 수 있을까요

회사를 떠나 나만의 세상으로 돌아왔지만 회복은 더디게 진행됐다. 사건을 겪은 후 이전 성격과 달리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내 사적인 이야기를 되도록 하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변했다.


누군가 내 직업이나 나이, 결혼여부, 전공 등 사적인 것에 대해 질문하면 꼭 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다. 질문에 돌아오는 반응이 곧잘 마음에 들지 않는 편이라면 굳이 순순히 답하며 스스로를 감정적으로 희생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처음 만난 사이에서는 내가 말하고 싶지 않은 질문에는 말을 아끼는 법을 배웠다.


모순적이지만 이 가운데 내가 겪은 사건에 대해서는 널리 알리고 싶은 욕구도 불쑥 솟아나곤 했다. 이런 일이 있다면 누구든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또 그 조치는 생각처럼 어렵지 않고, 내 전 회사 사람들이 그랬듯 ‘신고해봤자 벌금도 안 나올 것’, ‘경찰이 무시한다’는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경찰서에서 협박죄는 가명으로 접수가 가능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생각보다 잘 돌아가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새로운 사건과 , 제도를 누구보다 빨리 접하고 알리는 작업을 하는 기자들치고 내가 있던 조직은 인식이 한없이 구시대적이었던  같다. 명백한 사이버 불링을 ‘죄가 되지 않는  여겼으니까.


나는 한동안 이 일에 대한 경위와 결과를 기자들 커뮤니티에 올리거나 협회에 알리는 일에 대해 고민했다. 여전히 고민 중인 일이긴 하지만 법적인 싸움이 마무리되면 그럴 생각이 없지 않다. 내가 그랬듯 주변 사람들의 말만 믿고 혼자 상처를 끌어안는 사람은 없었으면 해서다. 내가 대단치는 않지만 적어도 먼저 겪은 사람으로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온다면 싸울 수 있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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