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호신술로 나를 구할 수 있을까요
사건을 알리고 싶지만 참았던 욕구는 결국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그것도 사적인 대화를 하지 않기 위해 밥 먹는 자리에도 수업 전후에도 대화를 잘 하지 않았던 크라브마가 도장에서였다.
크라브마가라는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무술을 널리 알리는 것에 진심인 관장님에 대한 다큐멘터리 촬영에 난데없이 출연하게 된 것이다. 정말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여느 때처럼 도장에 가서 운동 중이던 나는 몇 명의 PD와 연출진을 만나게 됐다. 당시만 해도 격투기에 속하는 크라브마가 도장에는 여자가 별로 없었고, 그날 수업에서는 마침 셋 밖에 없었다. 더욱이 인터뷰를 시키려고 했던 숙련자가 오지 않는 틈에 PD들은 초조해 보였다.
결국 배운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나에게 마이크를 내 밀었고, 나는 비슷한 업계에 몸을 담근 바 있다는 어슬픈 마음과 ‘오기로 한 사람이 오면 편집되겠지’라는 안일한 예상으로 카메라 앞에 서고 말았다.
‘갑자기 관종이 된 거야 뭐야?’
스스로도 기가 막히는 일이었지만 당시 사건이 해결되어 가고 있음에도 억울함과 분함이 남아있던 나에게는 사건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모양이다.
나는 ‘업무 중 위협을 당하는 일이 있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호신술을 배우게 됐다’고 당당히(?) 인터뷰 했다. 그리고 해당 내용은 그대로 공중파를 탔다. 본 사람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지금도 돌아가면 말리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