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괜차나 Sep 19. 2021

인터뷰를 했습니다

Chapter 5. 호신술로 나를 구할 수 있을까요

사건을 알리고 싶지만 참았던 욕구는 결국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그것도 사적인 대화를 하지 않기 위해  먹는 자리에도 수업 전후에도 대화를 하지 않았던 크라브마가 도장에서였다.


크라브마가라는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무술을 널리 알리는 것에 진심인 관장님에 대한 다큐멘터리 촬영에 난데없이 출연하게 된 것이다. 정말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여느 때처럼 도장에 가서 운동 중이던 나는 몇 명의 PD와 연출진을 만나게 됐다. 당시만 해도 격투기에 속하는 크라브마가 도장에는 여자가 별로 없었고, 그날 수업에서는 마침 셋 밖에 없었다. 더욱이 인터뷰를 시키려고 했던 숙련자가 오지 않는 틈에 PD들은 초조해 보였다.


결국 배운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나에게 마이크를 내 밀었고, 나는 비슷한 업계에 몸을 담근 바 있다는 어슬픈 마음과 ‘오기로 한 사람이 오면 편집되겠지’라는 안일한 예상으로 카메라 앞에 서고 말았다.


‘갑자기 관종이 된 거야 뭐야?’


스스로도 기가 막히는 일이었지만 당시 사건이 해결되어 가고 있음에도 억울함과 분함이 남아있던 나에게는 사건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모양이다.


나는 ‘업무 중 위협을 당하는 일이 있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호신술을 배우게 됐다’고 당당히(?) 인터뷰 했다. 그리고 해당 내용은 그대로 공중파를 탔다. 본 사람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지금도 돌아가면 말리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이다.  

작가의 이전글 감추고 싶은데 말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