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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Sep 15. 2021

생존자가 되었습니다

Chapter 5. 호신술로 나를 구할 수 있을까요

일이 가닥이 잡힌 후 나는 극도의 허무함을 한 번씩 맞이했다.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시점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은 다했고 순리대로 되길 기다리면서도 초조하고, 때론 이게 내가 원하던 게 맞나 하며 헛헛함을 느끼곤 했다. 그렇게 많은 괴로움의 소용돌이에 빠져 난리를 치고서 얻은 결과가 겨우 이 건가 하는 허무함이 늘 자리했다.


간혹 다녔던 심리상담에서 한 정신과 선생님은 내 사건과 이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괜차나님은 생존자인 거예요.”


생존자라는 무거운 이름을 함부로 붙여도 되나 싶지만, 죽을 뻔하다 살아난 나는 스스로의 입장에서는 생존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사이버 불링으로 자살하기가 살기보다 더 쉬운 가운데, 내 일을 겪어낸 후 비슷한 아픔을 겪는 사람이 없도록 법적 조치를 하고 결국 크라브마가 인터뷰까지 했으니 생존자와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봐도 될까. 물론 어떤 사건의 생존자로서 목숨 걸고 증언하는 사람들께는 부끄러운 마음이다.


이후 나는 J주치의 선생님과 1년 간의 상담 끝에 불안할 때 생각 써보기, 하루 동안 느낀 강한 감정에 대해 기록하기 등 여러 과제를 했다. 이를 토대로 내가 작성한 새로운 To Do List 목록은 이렇다.


앞으로 할 일

1. 말할 때 말 끝 흐리지 않기

2. 웃고 싶지 않으면 웃지 않기

3. 먼저 괜찮다고 말하지 않기

4. 쉽게 답하기 전에 일단 침묵

5. 손절 인물 무시하기

6. 언제나 당당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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