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의 의미
어떤 행사에 초대되었습니다. 진행자들은 행사장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이런 인사말을 합니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해야 할 때에도 비슷한 표현을 하게 됩니다.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료하고 할 일이 없다'는 의미의 '심심함'은 당연히 아닙니다. ‘무료하고 할 일이 없다’는 뜻의 ‘심심하다’는 고유어이지만, 위에서 쓰인 ‘심심(甚深)한...’은 한자어입니다.
甚 : 심할 심 / 심하다 / 정도가 지나치다 / 매우 / 몹시
즉 ‘심심(甚深)함' 이란 '마음을 표현하는 정도가 매우 깊음'을 뜻합니다. 따라서 ’심심한 감사‘는 매우 깊은 감사이며, ‘심심한 사과‘는 ‘진정으로 미안함’을 표현할 때 사용합니다.
여당 대표가 세월호 유족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지원 유세를 가서 ‘심심한 사과’ 운운 했다는데, 과연 이 말의 의미를 알고 그런 발언을 했을지 의문입니다. 진정으로 미안해하는 것 같지가 않아서 하는 말입니다.
http://www.vop.co.kr/A00001009183.html
어찌되었건, 이 글자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많이 쓰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극심(極甚)’, ‘막심(莫甚)’ 같은 단어들이 있습니다.
'극심 (極甚)'은 ‘매우 심한 것’입니다. '막심 (莫甚)'도 같은 뜻이지만, 부정을 의미하는 '莫'이 포함되어 '더 이상 심할 수 없다'는 식의 강조된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로 ‘후회(後悔)’와 함께 쓰여서 ‘후회가 막심(莫甚)하다’라고 하면, ‘더 이상 심할 수 없을 만큼 후회 하는 것’이 됩니다.
<극심(極甚)한 정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부사 중에서는 의외로 한자어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甚至於)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甚至於)에서 '至於'는 다음과 같은 뜻이 있습니다.
~ 에 관해서는 / ~ 으로말하면
~에 이르러 ~에 도착하여, ~~한 정도에 이르다
~에 대해, ~~에 관해서는
따라서, ‘심지어(甚至於)’는 '~~에 까지 이르도록 심하게'의 뜻이 되어, '심하다 못해 나중에는' 과 같은 표현을 할 때 사용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자어로 된 부사를 다음과 같이 모아 봤습니다.
•결국 結局
•설령 設令
•약간 若干
•심지어 甚至於
•소위 所謂
•급기야 及其也
•내지 乃至
•만일 萬一
•방금 方今
•비단 非但
•유독 唯獨
•하필 何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