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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om P Apr 24. 2024

내 아이를 치고 간 자동차를 찾습니다.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차에 닿지 않는다.

"내 아이를 치고 간 자동차를 찾습니다."


하지만 뱉어지는 말은 '그르릉, 야옹'.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뱉는 소리.

소리는 차에 닿지 않는다. 고양이에게 자동차는 음속보다 빠르다.


"내 아이를 찾습니다. 시신이라도 좋습니다."


다시 한 번 '그르릉, 야옹'.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신음소리.

도로 바닥에 내뒹구는 소리. 비죽비죽 튀어나온 털. 쓰다듬으면 진드기라도 옮을 것 같은 자태.





 열 여덟 살 때였나. 시를 써서 어딘가에 제출하려고 했었다. 문학 잡지였나. 신문사였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주제는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였다. 아직 숨이 조금 붙은 상태로, 원망 없이 죽어가는 고양이. 그저 아픔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고양이.


 지금보다 글재주도 없었고, 고양이의 덤덤함을 표현해 낼 어휘도 찾지 못했다. 시는 쓰다 만 수준이었다. 엄마는 '그런 주제로 쓰여진 시가 어디있냐'는 반응이었다. 아빠는 조금 더 솔직하고 날 것 그대로의 글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 때 내 머릿속은 온통 고양이였다. 검은 색이었고 군데군데 핏덩이가 진 상태로 힘없이 갓길에 쓰러져 있었다. 갓길까지 걸어간 것은 아니고, 차에 치어 그 곳에 내동댕이 처졌다. 또는 차와 차 사이 어딘가에 쓰러져 있었다. 사실 이제와서 그 고양이의 위치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아이의 어미가 떠올라 시를 적어보았다. 내 아이를 찾습니다. 시신이라도 좋습니다. 내 아이를 치고 간 자동차를 찾습니다. 그에게 묻고 싶습니다. 어디서 치셨나요. 시신은 어디쯤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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